엘프리데 옐리네크 / 문학동네
천재성과 작가적 실험정신으로 격찬을 받는 동시에 도전적 문제제기와 노골적 성애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으로, 자전적 성격이 짙은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종속적이고 비정상적인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동정 혹은 서글픔 같은 감정은 완전히 배제된,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남편의 빈자리를 딸이 대신해줄 것을 기대하며 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간섭하는 어머니와, 그에 억눌려 사도마조히즘 성향을 보이며 욕망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하는 딸 에리카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모녀의 비정상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어머니와 딸 혹은 여성 사이에도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지배로 인해 에리카는 사디즘뿐 아니라 마조히즘 성향도 갖게 된다.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아버지가 쓰던 면도칼로 자기 몸을 베는 행위를 통해 자해를 하는 권력자와 그 고통을 감수하는 순종적인 피지배자라는 두 가지 자아를 연출하며 사도마조히즘 성향을 드러낸다. 이런 에리카에게, 어느 날 제자인 대학생 클레머가 남성으로서 접근해오기 시작하는데…
2002년에 미하일 하네케 감독이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하였으며, 2001년 깐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