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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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힘으로

레무리안2020-12-26

얼마 전, 수오서제라는 출판사 편집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출판사에서 원제스님이 두 권 분량의 세계일주 여행기를 출간했는데 스님께서 소설가 박상우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아내 꼭 책을 보내 주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저는 그런 스님을 모르는데 무슨 일인가, 기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 주소를 알려주고 원제스님이라는 분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는 16년만에 기이한 인연의 힘으로 한 제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스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기에 저...

장편소설 『운명게임』 출간

레무리안2020-11-17

오랜 산고 끝에 드디어 『운명게임』이 출간되었습니다.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두 손 모아 깊은 감사 드립니다. _()_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8144700005?input=1195m

레무리안2020-09-14

8월 19일 새벽, 해발 1,330m의 함백산 만항재에서 태백산 방면 백두대간 19구간 방향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정덕수 시인의 시가 떠올라 그것을 두어 번 되새겨보고 산사진 아래 놓고 갑니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정덕수 시, 「한계령에서」 htt...

바람의 언덕

레무리안2020-09-08

해발 1267m 매봉산 풍경입니다. 팔월 중순경, 무더위가 절정을 이룰 때 태백으로 달려가 맨 처음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 올랐습니다. 고랭지배추밭으로 유명해 '배추고도'라고도 불리고 풍력발전단지가 있어 웅장한 느낌도 들지만 겨울에는 눈에 뒤덮여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게 하던 산입니다. 드디어 배추고도 정상에 올라 백두대간을 굽어보며 복더위에도 모처럼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울에 눈에 덮였을 때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기를!

양들의 비밀

레무리안2020-08-27

칠월말경 대관령 양떼 목장에 갔을 때 해발 900m 능선에 방목된 양떼들에게서 늙고 무관심하게 방치된 슬픔의 에너지를 접하고 몹시 불편한 마음으로 양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로부터 오롯이 자신들만의 내밀한 시간에 집중하는 두 마리 양을 발견했을 때 무척 기쁘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셔터를 누를 수 있었습니다. 그곳의 양들에게서는 아무런 생기를 느낄 수 없고 권태와 체념과 무관심이 켜켜이 쌓여 있는 듯했는데 이 두 친구는 아마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닌지 불편한 마...

원고와 산고, 그리고 출고

레무리안2020-07-30

2020년 7월 27일 새벽, 오래 부둥켜안고 있던 장편소설 원고를 출판사로 전송했습니다. 연초에 작품을 끝냈으나 코로나19의 환란 시기에 출간을 하기가 부담스러워 6개월 넘게 품고 있으며 일곱 번의 프린트 수정, 두 번의 모니터 수정을 거쳐 도합 이홉 번의 수정작업을 끝으로 드디어 원고가 세상으로 출고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작품의 모니터링에 참여해 많은 수정이 이루어지고 애초 세 권으로 쓰여졌던 것이 두 권으로 재구성되고 상세한 '주'가 추가되어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메타픽션 기법...

전생의 추억

레무리안2020-07-14

지난 유월 어느날, 코로나19 답답증이 한껏 고조됐을 때 강화도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도솔 미술관에 들러 차를 마시고 왔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 중 오직 한 장을 건져 바탕화면에 두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보곤 했습니다. 이 공간에 올리고 싶었지만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선반에서 책뭉치가 떨어지듯 뜻하지 않은 제목이 떠올라 드디어 사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목과 사진 사이의 개연성이나 인과성 같은 것, 아마도 저의 무의식 속에 ...

조산리 일출

레무리안2020-05-29

오랜만에 양양 조산리에 갔습니다.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전날의 비와 먹장구름 때문에 새벽 5시에 관망한 수평선은 일출과 완전히 무관해 보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등을 돌려 한참 걸어가던 순간 갑자기 전도에 장미빛 햇살이 비쳐 등을 돌려보니 기적처럼 놀라운 일출이 먹장 구름을 밀어올리고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좋은 예감을 품은 채 그 길로 곧장 홍련암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밀브릿지 휴양림

레무리안2020-05-29

우연히 알게 된 강원도 평창군 밀브릿지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피톤치드 향기 짙은 전나무 숲길과 낙엽송 숲이 일품이었는데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식재하여 60년 이상 가꾼 사유림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휴양림 안에 저 유명한 방아다리 약수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임시 폐쇄 조치돼 있었습니다. 언젠가 휴양림 안의 숙소에서 일박해야겠다 마음 먹고 돌아왔습니다.

영랑호

레무리안2020-05-04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가족과 함께 영랑호에 갔습니다. 3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서인가, 호수와 바다를 굽어보는 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다른 차원에서의 일인 양 사뭇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른 아침 형언할 길 없이 아름다운 호숫길을 산책하고 오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청간정에 올라 수채화처럼 드넓게 펼쳐진 바다도 보았습니다. 긴 기다림과 인고의 시간 끝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가족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오대산 부름

레무리안2020-04-17

월요일 새벽 명상을 할 때 오대산 기운의 부름을 강하게 느껴 오전 10시경 차를 몰고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월정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해빙의 기운을 반영하듯 기운찬 물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지장암을 거쳐 막상 상원사에 당도하자 그곳은 전날의 폭설이 뒤덮여 한겨울의 설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눈길도 걷고 꽃길도 걷도 찻집에 들러 한방차도 마시며 모처럼 부름의 시간에 동화돼 마음 깊은 평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네 마리의 멧돼지 가족도 만나고 스무 가지가 넘게 나오는 산채정식도 먹고 해질 무렵...

호수공원 벚꽃엔딩

레무리안2020-04-10

화요일 해질 무렵, 아들과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호면에 떨어져 꽃물결을 이루던 벚꽃 생각이 났던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호수공원의 벚꽃은 황금빛 석양을 받으며 집콕하다 나온 시민들과 보기좋게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벚꽃을 굳이 사진으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카메라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석양에 물드는 자태가 너무 황홀하여 휴대폰으로나마 그것을 담아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저 벚꽃들의 아쉬운 엔딩과 함께 코로나19도 엔딩하기를 간절히 빌고 싶습니...

작년의 이팝나무

레무리안2020-03-29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시절이라 집콕이 일상이 되다보니 예사롭게 보아넘기던 집의 멀티플렉스 기능성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집이 숙소인 동시에 도서관, 헬스클럽, 식당, 영화관, 커피숍, 화상강의실 등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걸 비로소 깨치게 된 것입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점점 나가는 게 귀찮아지고 누군가를 만나자고 하는 것도 민폐가 되는 시절이라 외장하드에 저장된 포토뱅크에서 지나간 시절에 찍어둔 많은 봄 사진들을 꺼내 보며 혼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장, 작년에 심학산 인근에서 찍은 ...

그곳을 위한 기록

레무리안2020-03-19

힘겨운 세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세 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했습니다. 13개월 동안의 집중작업이 끝나고 나니 세상에 코로나19 환란기가 도래해 오랜 칩거를 끝내고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장편작업이 끝나갈 무렵, 취재를 위해 찾아간 서해안의 저곳이 새삼스레 기억에서 되살아나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위해 사진을 올립니다. UFO 때문에 찾아간 저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는 이유, 장편이 출간되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밝혀질 테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_()_

1월 1일의 끝

레무리안2020-01-03

3권 분량의 장편소설 마무리를 12월 31일에 할 것 같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1월 1일 오후에 끝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12월 31일이 아니고 1월 1일인 게 더 뜻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끝'이라는 말은 쓸 수가 없는 것이니 그것으로부터 항상 새로운 시작이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1월 1일의 끝은 1차 마감이 되고 이제부터는 2차 마감과 3차 마감을 향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보살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 넘기기로 약정한 기한이 넉넉하게 남아 시간상 느긋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