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줌 강의를 끝내고 오래 전에 읽은 책을 찾기 위해 이 책장 저 책장을 수색하다가 뜻하지 않게 1992년 하와이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연작 소설 취재를 위해 LA에서 모하비 사막을 거쳐 라스베가스까지 가고, 거기서 하와이로 갔을 때의 사진이었습니다.
한참동안 사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과 그때는 무엇이 다른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구분이 지구인의 편의적 시제라는 걸 알고 있지만 사진 속의 인물이 지금의 나와 동일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알량한 기억의 데이터가 소환되어도 마찬가지, 그 기억이 지금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의 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하와이에서 웃고 있던 저 환영은 도대체 누구인지.
고타마 싯다르타의 영원한 가르침을 되새기는 밤.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