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아파트 단지 후문 밖에 이런 터널이 생겨납니다.
두 개의 담장이 마주보며 자연스럽게 생성된 터널인데
저 터널을 빠져나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나타납니다.
저는 볼일을 보러 갈 때 거의 차를 안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외출할 때 대부분 저 터널을 걸어나가 버스정류장에 당도합니다.
장미가 피어나 한동안 산뜻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새들이 지저귈 때도 있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현실성이 희박하게 느껴져 꿈속을 거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시공간을 요즘 같은 현실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그것을 관통하며 살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인생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제자에게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감사하는 일뿐>이라고 일러준 적이 있는데
그것의 이치에 눈을 뜨면 오열이 터질 정도로 자신이 열리게 됩니다.
망상자아가 스러지고 근본자아가 드러나는 합일의 순간!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통로,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게 <나>라는 에고가 아닌지
유월의 푸르른 터널을 바라보며 되새기게 됩니다.
무거운 인생의 등짐을 내려놓고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 터널을 걸어나가 보시길!
(게시물을 올리고 확인해보니 2019년 6월 27일에도 이 터널에 대해 썼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