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는 비가 내려 산으로 갈까 말까 잠시 망설여야 했습니다.
산행 중에 폭우를 맞은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막상 다 젖고 나면 기분이 후련해지던 기억이 되살아나 산으로 갔습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안개가 많이 끼어 있었는데
운동을 하고 내려갈 때쯤엔 안개가 걷히고
정상 부근의 엄청 큰 바위 상단, 항상 물이 고여 있는 인근에
산신령 포스의 산냥이가 고즈넉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저 고여 있는 물을 저는 오래전부터 '신선차'라 부르고
이 산의 몇 마리 산냥이 중 저 녀석에게는 '산신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고,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그 모든 연결고리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올 가을은 무척이나 더디게 오고 오래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아침,
인다라망(因陀羅網)이라는 연결고리가 새삼 되새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이는 존재로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