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해서 화요일 오후에 혼자 송추계곡으로 갔습니다.
오후 서너 시경, 햇볕이 한창 좋을 때였는데
평상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난주 후반부터 시작된 체증이 일요일이 되면서 더욱 심해져
음식을 전폐하고 단식 수준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천천히 산길을 오르면서 관망하자니
가을은 깊을 대로 깊어져 만산홍엽이 되어 있었습니다.
위에 돌덩어리가 막혀 있는 느낌,
그것이 육체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오르고 내리는 와중에도 단풍이 단풍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힌 체증이 뚫리면 막걸리를 마시러 조용히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람 없는 산중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아
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하산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위뿐만 아니라 세상 도처에서 체증이 지속되는 느낌,
사통팔달의 시원한 느낌을 언제나 회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