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 부산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일가친족들이 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신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중인 듯하여 몇 마디 덕담을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후배는 곧이어 다시 전화를 걸어와 느닷없이 민트에 관한 소식을 물었습니다.
후배도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다가 한 놈은 하늘나라로 보내고
다른 한 놈은 극심한 고양이 알레르기로 인해 딴 집으로 보냈다며
그 놈들 생각으로 문득 제가 기르는 민트 생각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민트 사진 있으면 몇 장만 보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해
휴대폰 갤러리를 뒤져 다섯 장의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설날, 가족 모임을 갖다가 담배 피우러 밖으로 나와 헤어진 고양이를 그리워하는 존재,
그의 심정에 가감없이 감정이입이 되어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민트와 나에게도 어김없이 도래할 그런 날들을 예견하면서
설날 밤이 한없이 막막하게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같은 가르침으로도 의연해질 수 없는 인연의 문제,
사랑한 만큼 아파할 각오를 하면서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
지금은 민트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어 현실에 집중할 뿐입니다.
제가 잠든 뒤, 사진을 받은 후배는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형~여전히 이눔은 이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