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모임이 있어 연남동으로 나갔습니다.
언제 이곳에 마지막으로 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한 시간 반 정도 먼저 나가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곳을 두어 번 오르내리고
할리스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며
연남동에서 보내는 낯선 시간과 공간의 정체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모임 약속이 없을 때, 과연 연남동이 존재하고 있었나,
이른바 파동함수가 유지되는 상태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늘 내가 발을 들여놓을 때 비로소 나의 관찰권에서 재생되는 시공간,
그곳에 앉아 있는 나도 파동함수가 붕괴된 형상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서는 참 따뜻하고 정겨운 기류가 흘러
이렇게 파동함수가 붕괴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남동이라는 이름이 먼 이국의 지명처럼 느껴지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