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서해 낙조를 보러 갔습니다.
을왕리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있는 방파제로 가면
언제나 해가 지는 풍경을 볼 수 있어 오랜만에 그곳으로 갔습니다.
해가 지는 풍경, 해가 진 뒤의 풍경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생사의 대조처럼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노을은 언제나 가볍게 보이지 않고
인생처럼 쓸 데 없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떠오른 한 편의 시가 있었습니다.
너무 무거운 노을
김명인
오늘의 배달은 끝났다
방죽 위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저무는
하늘을 보면
그대를 봉함한 반달 한 장
입에 물고 늙은 우체부처럼
늦 기러기 한 줄
노을 속으로 날고 있다
피멍 든 사연이라 너무 무거워
구름 언저리에라도 잠시 얹어놓으려는가
채 배달되지 못한
망년의, 카드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