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나주에 대하여, 너에게만 하는 말

레무리안2024-01-14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282&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2023년 가을, 이상한 청탁 메일이 나에게 날아왔다. 전라남도 나주에 대한 에세이를 써 달라는 일방적 청탁이었다. 나주라는 곳에 대한 나의 경험과 정서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장소를 지명하고 써달라는 청탁이라 다소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기막혔던 건 내가 살아오면서 나주라는 곳엘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나주에 가본 적이 없다는 걸 ...

바람의 말을 들어라

레무리안2023-09-06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259&sort=&gs=1&qa=&aa=&wa=2&quantity=&author_type=&page= 연애 지상주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에 적용된 두 개의 화두는 <밖>과 <안>이다. 인간의 시선은 밖을 지향하기 때문에 밖에서 모든 것을 구하고 찾는다. 밖을 지향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안의 존재성을 까맣게 잊고 사는 사람이 많다. 모든 것이 안에 있는데 기를 쓰며 밖을 지향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는 인간으로 하여금 정신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

백일홍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레무리안2023-07-10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253&sort=&gs=1&qa=&aa=&wa=2&quantity=&author_type=&page= 어느 날 사전을 뒤지다 ‘자미(滋味)’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음. 또는 그런 음식’이라고 풀이되어 있었다. ‘자미’를 보자 자연스럽게 ‘재미’가 떠올랐다. 재미라는 순우리말이 자미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자 퍼뜩 소설적 영감이 떠올랐다. 자미업계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최고 가치는 당연히 재미가 될 터! 자미업계에 ...

존재의 사막

레무리안2023-04-13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243&sort=&gs=1&qa=&aa=&wa=2&quantity=&author_type=&page= 이 작품은 오래전부터 부화시켜온 ‘이미지 소설’의 결과물이다. 물리적 사막이 아니라 인성의 사막화, 인간의 사막화를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싶었다. 세계의 파편화와 사막화에 대한 인식의 심도가 결국 산문보다 시적 이미지의 경도를 불러 이런 작품을 잉태하고 오랫동안 변형 재생의 과정을 거치게 만들었다. 오래된 작의였지만 형상화 작업이 쉽지 않아 실패도 여러 차례 되풀...

사랑에 관한 몇 개의 시선

레무리안2023-01-09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223&sort=&gs=1&qa=&aa=&wa=2&quantity=&author_type=&page= 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 누가 뭐래도 사랑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소설은 생각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인간관계가 대부분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예술의 존재 목적인 ‘낯설게 만들기’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낯설게 만들...

내 마음의 옥탑방

레무리안2022-07-05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88&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소설은 ‘옥탑방’이라는 단어 하나로부터 잉태된 것이다. 그 낯선 단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미묘한 충격과 영감을 동시에 받았다. ‘옥탑방’이라는 언어적 자장 안에 내가 반드시 탐사해야 할 문학적 공간성이 내재된 것 같다는 직감 때문에 나는 이 단어를 일 년 반 정도 마음에 품고 부화시켰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그것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되면서부터...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레무리안2022-07-05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85&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나의 작가적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세상에 같은 이름의 카페들이 여럿 생겨나고, 나는 유명세를 치르는 작가가 되어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많은 걸 경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밀려드는 원고 청탁으로 꼬박 10년 동안 밤샘 작업을 하게 해 건강을 완전히 망가지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 작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레무리안2022-07-05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86&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면 일단 독서를 멈추고 샤갈의 마을로 돌아가 그것을 읽은 뒤에 사탄의 마을로 진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샤갈의 마을과 사탄의 마을을 비교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사는 마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변모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샤갈의 마을과 사탄의 마을에서 생겨난 엄청난 편차가 독자들에게는 충격적인 변화로 ...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

레무리안2022-07-05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89&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어느 해 여름에는 매미소리가 그악스럽게 들리다가 어느 해 여름에는 깊은 정적이 이어져 매미소리를 들으려 일부러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 많던 매미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런 현상에 대한 사유와 탐찰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삼십대였고, 주변에 불안정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정말 많은 존재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

사랑보다 낯선

레무리안2022-07-05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87&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사랑보다 낯선」이라는 제목에는 사랑에 대한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다. 사랑에 대한 거부감은 사랑의 의미가 우주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보다 낯설고, 그것보다 생경한 관계를 통해, 그것의 애매모호한 의미성을 극복해보려고 시작한 소설이기도 하다. 노자가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말을 한 것처럼, 그것을 그것이라고 말하면 그것이 되지 않는...

검색어 : 삶의 의미

레무리안2022-06-06

검색어: 삶의 의미 | 박상우 | 스토리코스모스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인생이라는 연극무대의 배우들에게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작가적 삶의 본질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탐구이다. 이 세상의 모든 소설이 인간을 등장시켜 인생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의문이 상당히 이른 나이부터 눈을 떠 작가가 된 뒤로 더욱 가열차게 심화되었다. 소설을 쓰는 것도 욕망의 두레박질이라는 자각을 얻은 뒤로는 이 탐사와 탐구가 거의 필사적인 상태로 심화되었다. 살아생전 삶과 죽음이라는 생성과 소멸의 ...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40&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출판사로부터 출판권을 되찾고 수정작업을 거쳐 캘리포니아 완결판을 내보낸다. 1992년부터 시작한 연작소설을 2021년에 완성했으니 3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내가 보낸 청춘, 내가 고뇌한 시대적 문제가 이 한 편의 소설에 농축됐으니 세월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이 소설에 관한 한 여한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 소설의 취재를 위해 20일 동안 LA와 모하브 사막을 거쳐 라스베가스까지 ...

카인의 비밀일기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84&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내가 바오로 신부에게서 처음 이 노트를 건네받았을 때, 그 첫 페이지에는 ‘카인의 비밀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노트를 성당에 놓고 간 사람의 기록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가시면류관 초상’이었다. 오랜 세월, 죄의 의미가 부화된 결과이리라. *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카인의 비밀일기’를 ‘가시면류관 초상’으로 승화시킨 ...

청춘의 동쪽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41&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청춘의 동쪽』은 내 청춘의 비망록 같은 소설이다. 내가 20대를 보낸 시대와 개인적 고뇌, 그리고 경험의 물무늬가 진하고 치밀하게 삼투된 소설이다. 이 작품의 출판권을 출판사로부터 되찾아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내용을 다시 읽어나가며 나는 여러 번 독서를 멈추고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어나가는 동안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빠져 내 온몸의 세포가 20대의 그것으로...

그때 왜 그랬어요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74&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소설은 CCTV 묵시록이다. 이와 같은 스타일의 소설을 쓰고자 한 이유는 내가 관통해온 ‘세기말’을 나의 자의사와 무관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20세기로부터 21세기로 바뀌어가는 그 과도기적 불구덩이에서 나는 엄청나게 많은 까마귀떼를 목격했다. 그들은 CCTV가 설치된 모든 무대에서 몸부림치고 절규했다. 그때 그 배우들은 20세기를 온몸으로 연기했지만 안타깝게도 21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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