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걸음걸이는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걸음걸이에도 표정이 있고 감정이 있고 인생관이 있다. 지금 그 사람의 걸음걸이는 그 사람의 인생을 압축한 동작이다. 걸음걸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 곧 인생의 반영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이 전방을 지향하므로 걸음걸이는 스스로 볼 수 없는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의 걸음걸이는 인생에 대한 체념과 좌절을 반영하고 어떤 사람의 걸음걸이는 인생에 대한 당찬 의욕을 반영한다. 어떤 사람의 걸음걸이는 잘 가꾼 인생의 정원처럼 질서정연하고 어떤 사람의 걸음걸이는 불모지대가 된 사막처럼 황폐하다. 마음의 향방을 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걸음걸이, 과시욕으로 가득 찬 허세와 위선의 걸음걸이도 있다. 내부 지향적인 걸음걸이가 있는가 하면 외부 지향적인 걸음걸이도 있다. 오직 나를 위해 걷는 독단적인 걸음걸이가 있는가 하면 남과 함께 공존하고 싶어하는 소박한 걸음걸이도 있다.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인생을 형성하니 어떤 걸음도 함부로 내디딜 수 없다. 제대로 된 걸음걸이는 자신을 비우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지금 살아 있고, 나는 지금 걷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면 된다. 집중력을 잃고 삶의 망상에 휘둘리면 걸음걸이가 흐트러진다. 지금 내가 내딛는 한 걸음, 그것이 곧 내 인생의 집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