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유일한 대상은 사람이다. 모두 나를 말하고, 나를 주장하고, 나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때리고, 걷어차고, 욕하고, 헐뜯고, 물어뜯고, 침 뱉고, 삿대질하는 모든 일들이 나에게서 나와 나에게로 돌아온다. 하루가 가기 전, 어둠이 내린 뒤, 나 홀로 남겨질 때, 그것은 뒷골목의 음산한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온다. 아무리 고개를 흔들고 눈을 감고 외면하려 해도 그것은 끝끝내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를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