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군도에는 여섯 개의 크고 작은 화산섬이 있다고 한다. 그곳의 해안을 따라 마지막 섬까지 가면, 섬 한가운데에 몇 억만년 전부터 보존된 원시의 늪지대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섬 한가운데 늪지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한다. 사방이 온통 초록의 식물로 뒤덮인 생명의 보고(寶庫). 그곳으로 세계 도처에서 새들이 날아와 눈을 뜨고 죽는다고 한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몇 만리 창공을 날아와 죽는 새들.
생명체의 본능 속에 아로새겨진 숙명의 회로를 생각한다. 기는 짐승은 죽을 때까지 기다가 죽고, 걷는 짐승은 죽을 때까지 걷다가 죽고, 뛰는 짐승은 죽을 때까지 뛰다가 죽고, 나는 짐승은 죽을 때까지 날다가 죽어야 하는 숙명의 회로.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숙명에 부응하는 생명체의 몸짓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장렬하다.
지금, 우리는 모두 어디인가로 가고 있다. 본능 속에 아로새겨진 숙명의 회로를 따라,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의 극점을 향하여 쉬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 등 돌리지 않고, 고통을 기피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력을 바닥까지 퍼올리는 생명체는 언젠가 운명의 극점에 당도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 한 점, 눈물 한 방울,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로소 눈을 뜨고 죽을 수 있으리라.
인생, 생명이 잠들어 생명이 잉태되는 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