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섯 살 때 살던 동네 앞에는 강이 있었다. 강 옆에는 물이 맑은 작은 웅덩이가 있었고 그곳에는 긴 수염을 단 메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곳에 메기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으로 메기를 잡으러 가곤 했다. 혼자 가기도 하고 때로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했다. 하지만 웅덩이의 물이 맑아 바닥까지 들여다보일 때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던 메기는 좀체 잡히지 않았다. 잡으려는 욕심에 첨벙첨벙 물속으로 뛰어들면 수정처럼 맑던 물이 금방 흙탕물로 변해버리곤 했다. 나중에는 동네 형들까지 동원했지만 메기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날마다 메기가 사는 웅덩이로 가 맑은 물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하루라도 메기를 보지 못하면 왠지 허전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웅덩이에 사는 긴 수염의 물고기를 매기대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마다 웅덩이 옆에 앉아 메기대왕을 들여다보는 동안 나는 메기를 잡겠다는 욕심을 잊어버렸다. 흙탕물이 피어오르는 게 싫었고, 메기대왕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게 싫었다. 맑은 물을 통해 바닥에 앉아 있는 메기대왕을 들여다보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긴 수염의 메기대왕은 아직 내 마음의 웅덩이에 살고 있다. 세상을 살며 때때로 마음이 흐려질 때마다 나는 여섯 살 무렵에 내가 만난 메기대왕을 떠올리곤 한다. 욕심을 부리면 흙탕물이 되는 마음 웅덩이, 욕심을 버리면 맑은 물이 되는 마음 웅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