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결성체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도 다름의 결합이고, 자식이 태어나는 경우도 다름의 증가이다. 그런데 같이 살기 때문에 같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족제도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자 왜곡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교적 가부장제의 뿌리가 워낙 깊기 때문에 그것이 더욱 심한 편이다. 남편이 아내를 자기 방식으로 다스리려 하는 것도 다름을 무시하는 일이고,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교육시키려는 것도 또한 다름을 유린하는 일이다.
가족은 서로 다른 몇 가지의 악기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실내악단과 같은 결성체이다. 다름이 존재하지 않고 모두 동일한 악기라면 독주를 하는 게 낫지 실내악단을 구성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름에서 우러나는 화음이 그만큼 아름답고 다채롭게 때문에 예술적 가치를 얻는 것이다. 그러니 부부 사이에도 다름이 있어야 발전이 있고, 부모자식 간에도 다름이 있어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르지 않고서야 어찌 상대방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