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찍은 그대에게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을 때, 그것은 태생 전의 숨막히는 고요를 닮아 있다. 하지만 하나의 마침표를 향하여 내부에서 들끓어 오르는 격정적인 원심력은 창세기의 카오스를 무색하게 한다. 그리하여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탄생하는 하나의 마침표는 운명의 못질과 같다. 자신의 운명에 콱, 하고 박혀 버리는 것이다.
한 번 마침표를 찍으면, 마침내 마침표의 지속성에 눈을 뜨게 된다. 다음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오직 유예된 형벌의 시간을 닮아 지리멸렬한 정체감이 느껴진다. 그리하여 다음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한 번이라도 마침표를 찍어본 사람은 오직 마침표를 꿈꾸며 쉼표나 말줄임표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단정적일 수 없는 삶, 부유하는 나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여러 번 마침표를 찍어본 사람은 마침내 마침표 안에서 자기 삶의 종말을 보게 된다. 영원히 마침표를 찍지 않기 위해 열심히 마침표를 찍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원한 마침표를 염두에 두고 자신이 찍는 마침표에 대단히 신중하게 된다. 끝인 동시에 시작인 마침표를 꿈꾸게 되는 것이다. 영원한 회귀를 상징하는 마침표.
깊고 고요한 밤, 그대의 영혼에 마침표의 운명적 세례와 축복이 깃들고 있다. 하나의 마침표를 찍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원망과 저주와 비탄의 시간을 보냈으랴. 하지만 하나의 마침표는 오직 다음 마침표를 위해서만 유의미한 것. 영원한 회귀를 상징하는 마침표를 찍게 될 그날까지,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에서 그대 인생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