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무릉원 보봉호

레무리안2016-11-18

후난성(湖南省) 우링위안(武陵源) 바오펑후(寶峰湖). 비 내리는 날,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원래는 수력발전과 양어장으로 사용하던 곳인데 말레이시아 사람이 투자하여 관광지로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해발 430m에 위치한 호수 주변에서 토가족 청춘남녀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짱'이라는 산사람들의 풍습이 너무 소박하고 천진난만해 돈 들여 개발한 풍경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내려서인가, 배를 타고 도는 내내 술생각이 간절했습니다. Click...

중국 후난성 톈먼산(湖南省 天門山)

레무리안2016-11-15

해발 1,517m, 신의 산이라 불리는 톈먼산. '하늘로 오르는 문[天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으로 올라가는 상상초월의 굽이길에도 '하늘로 통하는 길(通天大道)'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기 싫어하는 듯 정상에는 비와 운무가 뒤덮여 귀곡잔도(鬼谷棧道)의 천길 낭떠러지도 몽실몽실한 솜이불처럼 몽환적으로 보였습니다. 밤에는 톈먼산을 배경으로 500명이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을 보았는데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산 전체에 조명을 쏘아 뮤지컬의 무대...

광화문의 가을

레무리안2016-11-04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에 서울 문학의 집에서 예술원 낭송회가 있어 모처럼 외출했습니다. 오랜만에 광화문과 교보문고 등지에서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한 시간 반 정도 여유를 두고 일산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하지만 막상 광화문에 당도했을 때, 그곳이 내가 알던 광화문인가 싶을 정도로 낯선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해에 광화문에서 느껴지던 가을의 넉넉한 정취와 정감은 종적을 감추고 스산하고 허전한 에너지의 잔해만 어른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워 도망치듯 3층 커피숍으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

길림 인상 (吉林 印象)

레무리안2016-10-26

10월 21일부터 4박5일 동안 중국 동북의 길림성에 다녀왔습니다. 2017년 한중작가회의 사전 답사와 협의를 위한 방문이라 성도인 장춘과 길림시에서 회의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길림성은 북한,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백두산과 연변의 조선족자치구가 있어 우리에게 친밀함을 느끼게 하는 지역입니다. 성도인 장춘은 인구가 800만 정도이고 길림은 430만 정도라고 하는데 장춘에 도착한 첫날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춘의 한자는 '長春'으로 표기하는데 봄이 너무 짧아서 반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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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레무리안2016-10-20

2016년 9월 4일 p.m.8:49, 청송 슬픈 은안경銀眼境 흐릿하게 밤비는 옆으로 무지개를 그린다 -정지용, '황마차幌馬車' 일부 Click on the photo!

노래호(老來湖)

레무리안2016-10-20

2016년 9월 26일 오전 6:13 며칠 전 갤럭시S6엣지 플러스로 찍은 <청송 운해> 사진을 올렸었는데 중국을 가기 위해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정리하다 보니 캐논 g1x와 소니 rx100mark3로 찍은 것들이 있어 몇 장 추가로 올립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더 멋진 운무와 조우하게 되기를! Click on the photo!

달무리

레무리안2016-10-13

2016년 10월 12일, 6:55, 경북 청송 10년 정월 임자일. 달무리가 있었다. 을묘일. 월식(月蝕)이 있었으나 먹구름 때문에 관측되지 않았다. 정묘일. 달이 필성좌(畢星座)로 들어갔다. 2월 경오일. 형혹성이 저성좌(氐星座)를 지켰다. 병술일. 달무리가 있었다. 5월 계묘일. 달무리가 있었다. 6월 을유일. 태백성과 세성(歲星 : 목성)이 함께 머물렀다. 신묘일. 태백성과 진성(鎭星 : 토성)이 서로 범하였다. 9월 계축일. 달이 필성(畢星)을 가렸다[掩]. 무오일. 태백성과 진성(辰星 : 수성)이 진성좌(軫星座)에서 서로 범하였다. 신유일....

청송 운해

레무리안2016-10-07

2016년 9월 26일 a.m. 6:57 청송의 가을은 안개의 계절입니다. 안개가 많은 건 일교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청송 사과의 당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새벽에 안개가 낀 날은 5시 30분쯤 객주문학관을 나서 상부댐 전망대로 운해를 보러 가거나 주산지의 물안개를 보러 가곤 합니다. 따뜻한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가면 금상첨화이고 카메라를 가져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여기 올린 두 장의 사진은 휴대폰(갤럭시S6엣지쁠)으로 찍은 것이라 화질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공기 맑은 청송의 싱싱한 새...

주왕산 파노라마

레무리안2016-10-07

2016년 9월 27일 p.m.2:34. 주왕산 등산을 하고 하산하는 길에 휴대폰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주왕산의 산세는 한국의 산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놀라운 기암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산 전체를 한 덩어리의 거대한 바위로 느끼게 하는데 중국의 주왕이 이곳으로 들어와 도피하다가 죽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전설까지 얽혀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주왕이 숨어 지내던 주왕굴인데, 그가 동굴 입구 옆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마시러 나왔다가 화살을 맞아 붉은 피가 온 계곡을 물들였다는 전설을 알...

One Summer Night

레무리안2016-10-07

휴대폰 사진 보관함을 정리하다가 지난 여름 어느 날 밤의 풍경을 보았습니다. 사진 상세 정보를 열어보니 8월 5일 밤 8시 25분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날은 장편소설 [비밀문장] 출간 기념회를 한 날이었습니다. 고작 두 달 전인데,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게 여겨지는 풍경. 연극 무대가 있는 장소에서 멋진 출판 기념회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 고마운 사람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늦게라도 이곳에 사진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잡아 두지 않으면 순식간에 소멸돼 버리는 3D 우주의 시뮬레이션 추억들, 그것이 설령 ...

통-추페소서스!

레무리안2016-09-22

9월 17일 새벽에 격심한 복통으로 일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했다가 22일 오전에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년 동안 세 번째 되풀이된 입원과 퇴원의 반복입니다. 증상은 오직 한 가지, 담석이 담도관을 막아서 생기는 급성 통증과 염증, 그로 인한 간수치 급상승과 빌루루빈 수치 상승 등등입니다. 금식과 항생제 투여, 그리고 내시경 조영술을 통한 담도관 시술. 내가 입원한 962호실 창가 침대는 통유리 옆이라 사진처럼 view가 일품이었습니다. 4박 5일 동안 긴박하게 치료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지만 투병의 시간 동안 많은...

장편소설 『비밀 문장』출간

레무리안2016-06-27

지구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 이것이 나의 최선이라고 '작가의 말'에 썼습니다. "우리는 영적 경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경험을 하고 있는 영적 존재다." -테일라르 드 샤르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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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을 부르는 마음

레무리안2016-06-19

아침 등산길에 난처럼 자연스럽게 늘어진 풀들을 자주 봅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난을 치는 마음이 일어 풀 앞에 화선지랑 먹물 펼쳐놓고 앉아 붓을 들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난 중에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墨蘭圖)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유는 당연히 여백의 넉넉함과 구도의 엄중함 때문입니다. 난을 생각하는 마음은 일상적인 어지러움에 대한 반사 심리, 다시 말해 삶에 압축과 절제를 불러오고 싶은 갈망 때문입니다. 난을 갈망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마음 그 자체가 난이 되어 여백과 절제가 꽃처럼 피어나길 빕니다. Click on ...

장미원

레무리안2016-06-13

오월 말부터 장미원에 가고 싶었습니다. 새벽마다 산으로 가느라 발길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 새벽, 안개가 너무 짙어 산으로 못하고 벼르고 벼르던 호수공원 장미원으로 갔습니다. 유월이 장미의 제철일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어느덧 장미들은 절정의 시기를 지나 볼품없이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넓은 면적 중 간신히 장미다운 때깔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을 골라 트리밍을 하듯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절정이 짧은 것인지 절정이 짧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지 숱하게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아름다움이 지닌...

버섯 칸타타

레무리안2016-06-10

새벽 등산을 하다가 죽은 나무에서 피어난 버섯들이 부르는 합창을 듣습니다. 이 우주에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건 단지 현상의 일시적 변화일 뿐이라고, 살아 있다고 믿는 것과 죽어 있다고 믿는 것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합창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그 우주적 합창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Click on the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