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이팝나무

레무리안2020-03-29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시절이라 집콕이 일상이 되다보니 예사롭게 보아넘기던 집의 멀티플렉스 기능성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집이 숙소인 동시에 도서관, 헬스클럽, 식당, 영화관, 커피숍, 화상강의실 등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걸 비로소 깨치게 된 것입니다. 집에만 있다보니 점점 나가는 게 귀찮아지고 누군가를 만나자고 하는 것도 민폐가 되는 시절이라 외장하드에 저장된 포토뱅크에서 지나간 시절에 찍어둔 많은 봄 사진들을 꺼내 보며 혼꽃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장, 작년에 심학산 인근에서 찍은 ...

그곳을 위한 기록

레무리안2020-03-19

힘겨운 세 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세 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탈고했습니다. 13개월 동안의 집중작업이 끝나고 나니 세상에 코로나19 환란기가 도래해 오랜 칩거를 끝내고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장편작업이 끝나갈 무렵, 취재를 위해 찾아간 서해안의 저곳이 새삼스레 기억에서 되살아나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위해 사진을 올립니다. UFO 때문에 찾아간 저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는 이유, 장편이 출간되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밝혀질 테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_()_

1월 1일의 끝

레무리안2020-01-03

3권 분량의 장편소설 마무리를 12월 31일에 할 것 같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1월 1일 오후에 끝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12월 31일이 아니고 1월 1일인 게 더 뜻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끝'이라는 말은 쓸 수가 없는 것이니 그것으로부터 항상 새로운 시작이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1월 1일의 끝은 1차 마감이 되고 이제부터는 2차 마감과 3차 마감을 향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보살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 넘기기로 약정한 기한이 넉넉하게 남아 시간상 느긋하...

동해앓이

레무리안2019-12-02

장편소설 3권 집필의 대단원을 향해 가면서 동해에 대한 그리움이 도져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12월말까지 작업을 끝내고 떠날 요량으로 버텨 보지만 동해앓이가 좀체 가라앉지 앉아 사진 저장파일을 열고 수도 없이 찍은 동해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바탕 화면에 깔았습니다. 2018년 1월 18일, 양양 조산리 앞바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사진은 오전 8시 25분에 찍은 것인데 바다가 녹빛으로 처리된 게 신기하게 여겨져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바다를 낚는 듯한 인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이 아니라 우주를 ...

시월, 제주

레무리안2019-10-20

제주에서 개최된 문학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주제 발표자가 되어 부담스럽긴 했지만 시월의 제주를 누릴 수 있는 덤에 마음을 빼앗겨 이틀 동안의 포럼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 객실에서 내다보이는 시월의 바다 풍경, 바다 앞에서 마시는 한라산 소주의 맛,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야자나무의 풍광을 기억에 남기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월요일부터 창작모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12월, 3권 탈고의 마지막 고지를 향하여!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24240

시상식 후감

레무리안2019-10-08

9월 28일, 이병주 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12일 뒤 큰 일을 치르고 아직 일상성을 회복하지 못한지라 축하를 받는 행사와 자리가 몹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상소감을 밝힐 때 어머니 생각이 겹쳐 어금니를 다져물고 가까스로 슬픔을 견뎠습니다. 인생의 일희일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경험, 슬픔 뒤의 기쁨에는 여운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상을 주신 모양이라고 혼자 여운을 만들었습니다. 3권 분량의 장편을 2권까지 마치고 중단한 상태이니 3권을 무사히 끝내라는 이병주 선생님의...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레무리안2019-10-08

9월 16일 새벽 다섯 시경 어머니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오랜 동안 편치 않은 육체 생활에 많이 지치셨을 터인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도 입으로 허밍을 하고 계셨습니다. 깊고 강한 내면을 지니셨던 분, 언제나 큰 에움막 역할을 하며 세상을 사셨던 분입니다. 이제 낡은 육체를 벗고 자유로운 혼이 되심에 지켜보던 자식의 도리로 그 자유를 영가천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깊이, 높이, 오래, 참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그곳에서, 그리고 그 후에도 영원히 평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_()_

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박상우' 소설가 수상

레무리안2019-09-06

수상자 박상우(소설가) & 중국연변대조선문학연구소 리광일 교수 이병주기념사업회는 4일 제12회 이병주국제문학상과 제5회 이병주문학연구상에 각각 한국의 박상우 소설가, 중국 연변대 조선문학연구소(소장 리광일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군과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이 상은 하동군 북천면 출신으로 <관부연락선>과 <지리산> 등을 쓴 나림 이병주(1921∼1992)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상이다 심사 대상으로 매년 발표된 여러 나라의 문학작품 가운데 역사성과 서사성을 갖춘 작가와 문학사적 의미...

새벽의 고독

레무리안2019-08-28

어쨌거나 남루한 하루를 벗어버리기엔 그래도 이만한 곳이 없다. 선택된 만 원어치의 멍게는 주인장의 칼끝에 속절없이 해체되어 샛노란 꽃으로 피어나고 뭇 별처럼 명멸하는 포장 속의 전등은 목구멍을 거쳐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는 소주의 은밀한 침투경로를 밝혀내고 감추고 싶은 속마음까지 구석구석 들춰내 괜스레 얼굴을 붉히게 한다. 노행판, '포장마차' 중

윤회의 터널

레무리안2019-08-20

팔월 셋째주 일요일 저녁, 그가 저 터널 속으로 떠났습니다. 주말까지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이 일요일 저녁에 저 어두운 윤회의 터널 속으로 갑작스럽게 떠났습니다. 인생이라는 팀플레이에서는 그런 행동이 엄청난 파울플레이라고 그토록 되풀이 말했건만 자신을 사로잡은 에너지를 끝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는 저 어두운 터널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섭리의 터널, 하루하루 저 터널을 향해 가는 것이 나날의 인생이거늘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그는 그토록...

포토샵 피서

레무리안2019-08-09

8월말까지 계획한 장편 3권 중 2권 마무리를 위해 무더위에 완전 두문불출한 채 오직 작업을 위해서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집안에 있는 게 가장 좋은 피서이긴 하지만 집안에서 피서를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만 그것이 정신적인 피서까지 감당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가끔 좋은 영화를 보고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으로 포토샵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나에게는 적절한 휴식과 피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말을 타고 산중을 달리는 장면을 정지시...

흑백단풍

레무리안2019-07-29

토요일 오후, 무더운 찜통더위 속에서 운현궁 뒤편의 단풍나무를 내다보고 있을 때 의식에 초점이 생기면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중첩된 프레임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프레임이기도 하고 차원의 입구이기도 하고 더 깊은 내면의 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만난 사람, 그 속으로 들어가서 목격한 풍경, 그 속으로 들어가서 익힌 세계성, 우리를 에워싼 일상성 속에는 어느 곳이나 차원의 문이 숨어 있습니다.

우중 등산

레무리안2019-07-24

장맛비를 맞으며 새벽 등산을 했습니다. 흐르는 땀이 빗물에 절로 씻겨내리는 기분, 의외로 유쾌 상쾌 통쾌하였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탓에 젖은 안개가 온 산을 뒤덮었지만 오랜만에 흑백 사진을 만들어보고 싶은 작의가 생겨 많은 구간을 관찰자의 프레임으로 잘라 보다가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짙은 안개 속으로 길이 저홀로 행로를 만들 때 저 프레임 바깥 시공은 삼차원이 아니고 사차원이 되는 신비,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블루톤 프로필

레무리안2019-07-17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는 색상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것이 블루입니다. 평생 청바지만 입고, 상의도 블루톤이 가장 많습니다. 기이하지만 블루톤의 옷을 입으면 형언하기 어려운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느 토요일, 취중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셀카인데 그 우연한 순간에 포착된 다층의 블루톤이 마음을 사로잡아 인터넷 사용 이래 처음으로 프로필 사진에 적용하였습니다. 내 마음의 블루톤, 그 깊은 내면이 더욱 푸르러지기를!

여름의 터널, 마음의 터널

레무리안2019-06-27

아파트 후문 쪽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목의 터널입니다. 차를 사용하지 않고 외출을 할 때는 짧지만 심도를 느끼게 하는 저 터널을 빠져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저 여름의 터널을 오가는 요즘, 인생에 대한 생각이 한없이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어떤 선택의 문제처럼 여겨지던 것들도 이제는 확연하게 결정론적인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자각합니다. 내가 한다고 믿는 일,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일 그 모든 것들이 저 짧은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증류되어 들어갈 때의 막연함이 빠져나가고 나면 신선한 무위로 재생되는 기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