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사진

레무리안2017-11-05

그리스로 가는 에게해 선상에서 소설가 이채형 선배님과 찍은 사진, 그리고 그리스 수니온 곶(Cape Sounion)의 포세이돈 신전 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2017년 9월 14일부터 11일 동안 계속된 터키-그리스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속설을 믿지 않지만 이렇게 사이트에 사진을 남겨 가끔 추억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정서와의 조우가 기억에 남아 그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나 내가 조우했던 모든 것들이 사랑의 정서로 항상 되살...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

레무리안2017-10-15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Hierapolis-Pamukkale)는 터키 남부에 있는 고대도시 유적입니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입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온천수가 흐르며 빚어낸 목화빛이 장관입니다. 온천수가 섭씨 35도로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에 좋다하여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여섯 번째 사진은 클레오파트라가 이용하던 풀장이라고 합니다. 파묵칼레는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첫번째에는 하지 않았던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카파도키아

레무리안2017-10-15

터키의 카파도키아Cappadocia는 2011년 10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수백만년 전 에르시예스(Erciyes 3,916m) 산의 화산 폭발 이후 화산재와 모래와 용암이 쌓인 지층에 몇 차례 지각 변동이 생기고 그 뒤로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기기묘묘한 지형지세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절묘한 조각작품 전시장. 영화 '스타워즈'와 '개구장이 스머프'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해지고 로마시대 박해 받던 기독교인들의 피신처로 만들어진 동굴 교회와 지하도시로도 유명한 곳입...

이스탄불

레무리안2017-10-10

콘스탄티노플과 비잔티움이 이스탄불의 옛 이름입니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세계사 박물관--터키 전역이 그렇지만--입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역사적 교차로이기도 한 이스탄불의 정수는 누가 뭐래도 유럽과 아시아를 가름하고 또한 연결하는 보스포러스 해협입니다. 보스포러스를 사이에 두고 아시아 지역에는 위스크다르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6.25에 참전했던 터키 병사들에 의해 전파된 '우스크달라'라는 노래로도 알려진 지역입니다. 이스탄불에 사는 사람 중에는 아시아 지역에 집이 있고 ...

한국-터키 문학 심포지움

레무리안2017-10-10

9월 16-17 양일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국-터키 문학심포지움이 개최돼 주제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이번으로 터키는 세 번째 방문이고 심포지움 참석은 두 번째입니다. 심포지움을 위해 터키 정부 당국자들이 정말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들이 한국인을 자신들과 같은 형제로 생각한다는 게 빈 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터키에 가면 왠지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온 것 같은 깊은 친밀감을 느끼곤 하는데 특히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과 톱카프 궁전, 블루 모스크가 있는 아흐멧 술탄 광장에 서면 그런 친밀감이 극도로...

부산 영화의 전당

레무리안2017-10-10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부산에 사진 촬영을 하러 갔었습니다. 촬영 목적지 중 하나가 영화의 전당이었는데 그 규모와 건축학적 파격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고난과 애환의 현장이었던 부산이 내포한 온갖 스토리를 감안하건대 부산이 영화에 꽂힌 이유가 '절대적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촬영 중에 한국의 K-POP 영상을 만들기 위해 부산에 온 에티오피아 방송팀을 만나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Click on the picture!

다시 태어나도 우리

레무리안2017-09-13

9월 27일 개봉하는 가슴 뭉클한 다큐영화 한 편 추천합니다.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43회 시애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이 다큐영화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문창용 감독이 만든 것입니다. MBC스페셜에서 방영할 때 미리 보았기에 감동에 힘을 실어 추천합니다.^^

8월의 스케치북

레무리안2017-08-25

Photo took by 삼성 Galaxy S6 edge+ 우리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걸 가지려고 서로 싸웠다. 우리 이후에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목에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한동안 그것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것 뒤에 남는 죽음들과도 아무 상관 없이 수세기의 세월을 견고하게 건너지를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고통은 그 푸른빛 반사광을 지닌 싸늘한 보석과 접촉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팔월의 일요일들] Click on the picture!

신두리, 오래된 사구 해안

레무리안2017-07-18

오랜만에 신두리에 다녀왔습니다. 한때 태안반도 1,300리 해안길을 미친 듯이 달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동안 발길이 끊어졌다가 3년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낙조는 여전히 아름답고 썰물과 함께 찾아온 밤은 깊고 광활한 바닥을 드러내 바다 쪽으로 멀리까지 걸어나가 방수 돗자리를 깔고 앉아 하늘의 별을 보며 소주를 마셨습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사구 해안인데 어찌된 일인지 사구가 3년 전보다 많이 내려앉아 마지막 사구 사진은 2014년 5월에 찍은 것을 올렸습니다. 무심한 바다, 심심한 바다, 밋밋한 바다처럼 보이는 신두리 해변...

보문사에서 전등사까지

레무리안2017-06-21

석모도 보문사와 강화도 전등사를 1박2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강화에서 석모도를 연결하는 삼산연육교가 2017년 6월말에 개통한다기에 배를 타고 석모도로 건너가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강화도와 석모도를 몇 번이나 오갔는지 헤아릴 수 없지만 뱃길이 사라지기 때문인지 이번 여행은 각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석모도는 낙조로 유명한 섬이라 해질 무렵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로 인해 막연하게 석모도의 한자 지명을 '夕暮島'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레무리안2017-06-02

박상우 지음│노란잠수함 펴냄│2017. 05. 30. 131*214(신국판 변형)│1도│216쪽│13,000원│ISBN 978-89-5596-795-1 (04810) 소설 / 한국소설 ◆책 소개 한국현대문학의 탈정치화, 개인화를 선언한 불세출의 명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이상문학상에 빛나는 「내 마음의 옥탑방」 등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이끄는 작가 박상우가 스스로 뽑은 대표작들! “앞으로 내 앞에서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마. 그런 얘기를 꺼내는 새끼는······ 그런 ...

균열 미학

레무리안2017-05-05

잘게 부서진 조각이 모여 하나의 전체를 형성합니다. 그곳에 비친 형상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잘게 부서진 그대로 나름의 반영을 수행합니다. 마음의 원형성은 무시 이래로 일말의 균열도 없이 완전하다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은 저 균열 유리처럼 매 순간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을 되비치고 있을 것입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자각하노라면 천태만상의 균열이 절로 스러져 원래의 마음 그 자리가 드러납니다. 균열을 보게 하는 육체의 눈, 균열 그 자체, 그리고 균열과 균열에 비친 것까지 보게 하는 완전한 ...

미스터리 화이트

레무리안2017-05-05

자정 지난 시각, 종로 3가의 골목에서 발견한 주인 없는 흰 구두. 어둠 속에서 도발적으로 빛을 발하는 화이트가 너무 미스터리해 일행과 한참동안 구두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구두를 벗어던지고 사라진 주인에 대한 궁금증보다 주인에게 버림 받은 듯한 그것의 티 없는 자태가 보면 볼수록 마음을 저리게 하는 밤이었습니다. 저 구두는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Click on the photo!

남해에 남는 것, 남해에 남긴 것

레무리안2017-04-21

남해에 갔다가 보리암에 간 게 아니고, 보리암에 가기 위해 남해에 갔습니다. 먼 여정. 늦은 오후에 보리암에 당도해 배경의 기암과 전면의 흐린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해수관음상의 뒷모습을 기억에 각인하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볼 생각이었는데 밤 사이 날씨가 끄무러져 새벽에 일어나자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남해는 몇 번째이지만 갈 때마다 선명하지 않게 의식에 남겨지는 게 있습니다. 남겨지는 게 아니라 내가 남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쨍, 하지 않은 그 무엇. 그것 때문에 보리암 일출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무대 조명, 인생의 행로

레무리안2017-04-21

경북 영덕에서 일박하고 일출을 보았습니다. 일출을 볼 때마다 무대 조명을 떠올리면 삶이 자연스레 무대 예술로 인식돼 삶에서 오는 긴장과 강박이 슬그머니 해체됩니다. 어시장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생선 말리는 건조대가 놓여 있었는데 무리 지은 모습이 흡사 살아 있는 고기떼의 이동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고갱의 거대 벽화가 떠오른 건 건조되는 고기떼에서 우리네 삶이 엿보여서였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날마다 뜨고 지는 무대 조명 속에서 주어진 배역 연기를 하고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