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2002년 12월 20일/432쪽/12,000원
책소개
사람이 왜 살아갈까?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명확하고도 잔인한 해석은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지은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제시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도킨스는 아예 '인간은 유전자가 조종하는 기계'라고 말한다.
유전자에게 있어 절체절명의 핵심 과제는 '생존하라, 그리고 번식하라'이며, 생명은 단지 유전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그릇이라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어미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서로 다른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을 벌인다.
또한 그렇기에 한 종이 유전자를 담기에 적당한 그릇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른 종으로 갈아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고, 이것이 진화의 원동력인 것이다. 즉, '모든 생물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의 차이에 의해 진화'된다.
도킨스의 책은 이미 1970년대에 세상을 놀라게 했기에, 이제 사람들에게 유전자의 이기성은 유명하다. 그러나 아직도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정신도 유전자의 자기 복제처럼 모방을 통해 뇌에서 뇌로 번식하고 생존을 유지한다'는 밈에 대한 이론이다.
그는 인류의 문화 역시 복제(모방)와 변이와 도태를 거듭하는 일종의 인자라고 규정했고, 이를 '유전자(gene.진)'에 대응해서 '밈'(meme.모방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mimeme에서 착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전에는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이며, 인간만이 지닌 영혼의 반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종교의 기본이 된 모티브였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를 반박하며 밈은 유전자처럼 복제되면서 퍼져나가는 습성이 있고, 복제되고 변형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즉, 환경에 적응한- 밈만 선택되어 존속되고, 나머지는 도태된다고 말한다. 이 논리에서 '사후 세계가 있다는 믿음'은 '너무도 전파력이 강력하여 인류 전체에 널리 퍼져있는 강력한 밈'으로 받아들여진다.
근 30억년 동안 지구상에서 자가 복제가 가능한 것은 거의 DNA만의 전매특허였다(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그러나 수십억년 동안 그래왔다고 해서 새로운 종류의 자기 복제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새로이 자기 복제가 가능한 존재가 나타나면, 이 새로운 복제자는 새로운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
유전자를 단위로 하는 낡은 진화는 뇌를 만들어 내었고, 뇌가 생겨나면서 유전자보다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번져나갈 수 있는 '밈에 의한 새롭고 독자적인 유형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밈은 진화의 속도를 더더욱 높이고 있는 듯 보인다.
과학의 발달은 정보의 소통을 쉽고 빠르게 함과 동시에, 더더욱 많은 밈을 생성하고 전파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 들어 사회의 기본 가치가 흔들리고 복잡해지는 것은 숨겨왔던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밈들의 폭발적인 진화와 경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가 느끼는 혼란 역시 밈들의 춘추전국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혼란스런 시기가 지나고 나면 자연선택된 밈들이 다시 균형을 잡지 않을까. 어쩌면 내 이런 생각 역시 일종의 밈의 모습이겠지만 말이다. - 이은희(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저술가)(2004-11-13)
저자 소개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노벨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인 니코 틴버겐(N. Tinbergen)의 제자이다. 1971년 네이처(Nature) 지에 뇌세포 사이에서도 자연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뉴런이 죽어가는 방법 패턴과 기억 메커니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동물행동학 뿐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의 인접 분야와 고전문학, 시 그리고 수많은 사회 현상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폭이 넓다.
지은 책으로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눈 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에덴 밖의 강(River Out of Eden)>, <풀리는 무지개(Unweaving the Rainbow)> 등이 있다.
목차
옮긴이의 말
초판 서문
개정판 서문
Chapter 1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진화와 다위니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그룹 선택설
Chapter 2 자기 복제자
안정을 향하여
생명의 기원과 자기 복제자
Chapter 3 불멸의 코일
생존 기계
유전자는 개체의 특성을 정한다
돌연변이
자연 선택
노화이론
인간의 수명
Chapter 4 유전자 기계
세포는 유전자의 화학 공장이다
뉴런과 컴퓨터
유전자는 예측한다
시뮬레이션
인간의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할 수 있다
유전자는 프로그램 작성자의 우두머리이다
Chapter 5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개체는 이기적 기계이다
인간만이 카인의 후예이다?
이기적 인간
전쟁 게임
자기 보호를 위한 싸움
순위제
Chapter 6 유전자의 친족 관계
이기적 유전자
유전
유전자의 이기성 이론
부모와 자식의 친자 관계
Chapter 7 가족계획
애 낳기와 애 키우기
개체수 조절과 인구 문제
세력권
가족계획 이론
동물은 미래를 예측한다
Chapter 8 세대간의 싸움
가족 내부의 이해 관계
승리자
Chapter 9 암수의 다툼
배우자간의 대립
성의 전략
이기적인 배우자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핸디캡 원리
두 성간의 차이
Chapter 10 내 등을 긁어 다오, 나는 네 등을 타고 괴롭히겠다
집단 형성이 주는 이익
집단 이타주의
벌목의 성 결정 시스템
상리 공생
Chapter 11 밈(Meme) - 새로운 자기 복제자
인간의 특이성
경쟁적인 유전자
Chapter 12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
마음씨 좋은 놈, 마음씨 나쁜 놈
영합 게임과 비영합 게임
Chapter 13 유전자의 긴 팔
유전자는 영원하다
숙주와 기생자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불멸의 자기 복제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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