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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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의 또다른 유형

레무리안2022-08-15

제 데스크탑 테이블에 세팅된 카메라 난민촌입니다. 카메라와 렌즈를 보관하는 온습도 조절 캐비닛이 따로 있는데 코로나가 한창이던 언제부터인가 저 친구들은 캐비닛을 떠나 출사의 그날을 기다리며 저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데스크탑으로 작업을 하는 동안 그들의 난민캠프가 지척에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들도 저도 때를 기다리는 중인데 어쩐 일인지 한번 끊어진 맥은 좀체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사진을 위한 사진을 싫어하고 인연 따라 찍는 걸 좋아해서 특별한 ...

호캉스의 새로운 버전

레무리안2022-08-11

병원에 입원하여 생명에 대한 경건함, 삶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우는 일종의 정신 재무장 시간으로 저는 지난 며칠 동안 병원에서 호캉스(Hospital Vacance)를 했습니다. 매번 동일한 복통과 격통 패턴으로 응급실로 실려가 온갖 정밀검사를 다 받지만 결국엔 모든 증상이 소멸되고 사오일 정도 지난 뒤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기이한 판정을 받고 퇴원합니다. 지난 15년 동안 거의 3년에 한 번씩 되풀이되는 미스터리한 힐링코스입니다. 의사들도 끝내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퇴원을 시키지만 저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동일한 순간은 재현되지 않는다

레무리안2022-08-05

7월 25일 밤 11시경,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등나무 벤치에 앉아 앞을 내다보니 건너편 주상복합아파트가 환상적인 마천루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음날 다시 메인 카메라를 가져와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틀 뒤, 거의 같은 시간대에 카메라를 가지고 공원으로 나갔는데 어쩐 일인지 이틀 전의 그 선명도, 구도, 몰입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어봐도 도무지 사진이 될 가능성이 없어보였습니다. 결국 메인 카메라 작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결정...

인사동 경인미술관

레무리안2022-07-28

수요일, 인사동 근처에서 여섯 시에 약속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나갈 때 이미 인사동 구경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니RX100도 챙기고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막상 약속 장소에 당도하고 보니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인사동을 느린 걸음으로 주유할 여유는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걸음이 경인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처음 발길이 닿은 인사동, 오랜 갈증을 해소한 듯하지만 아직 아쉬움이 남아 조만간 다시 한번, 인사동 느리게 걷기를 할 작정입니다.

구효서의 꽃다발

레무리안2022-07-26

7월 23일, 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와 저의 에세이집 『검색어: 삶의 의미』 출간 기념 리뷰어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구효서와 저는 똑같은 꽃다발을 하나씩 선물 받았습니다. 행사가 다 끝나고 자정이 지난 시각 집에 도착해 끝까지 챙겨온 꽃다발을 해체하고 그것을 화병에 담아 민트의 캣타워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꽃다발을 해체하는 과정에 작은 카드가 하나 나왔는데 의례적으로 꽃아주는 축하카드일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꽃다발 정리를 다 끝내고 무심결에 그 작은 카드를 꺼내...

7월 23일 밤 11시 44분

레무리안2022-07-24

토요일 밤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행사 끝내고 집에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가만히 조망하자니 우중포차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포차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에 생기가 돌고 왁자하고 방만하게 주고받는 대화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중풍경의 뒷전에 앉아 가만히 주변을 조망하는 짧은 시간이 사진보다 더 강한 인상을 기억에 남겼습니다. 종로3가 전철역 6번 출구, 요즘은 거기가 제 일상 무대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새벽의 민트

레무리안2022-07-14

새벽 3시 30분, 민트의 정갈한 표정입니다. 명상 준비를 하는 집사 옆에 저렇게 앉아 있다가 작은 스탠드 불빛마저 소등되고 나면 조용히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지킴의 자세를 취합니다. 가족이 된 지 9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저 존재가 없는 집안 풍경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걸 저도 분명하게 인지하는 듯 나이가 들어갈수록 믿음직스럽고 깊은 신뢰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집사는 자주 민트에게 이렇게 속삭이곤 합니다. "민트야, 다음생에는 꼭 사람으로 만나자!"

솔레이롤리아

레무리안2022-06-19

제가 집에서 기르는 몇 가지 식물 중 하나입니다. 이 친구는 세상사람들에게 천사의 눈물, 병아리 눈물, 또래기 등으로 불리는데 실제 이름은 쐐기풀과의 '솔레이롤리아Soleirolia'입니다. 이 친구가 우리집으로 오게 된 지 어느덧 십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화훼농원에서 구입할 때는 별 기대없이 한 철 살다 죽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십년 넘게 굳건하고 의연한 생명력을 과시해 볼 때마다 대견하게 여겨집니다. 필리핀에서 들여온 화산석에 얹혀 집으로 왔는데 그것을 큰 수반에 담아 물이 줄어들 때마다 보충해 준 것 이외 저로...

인생식당 : 대산문화 여름호

레무리안2022-06-17

2002 『대산문화』 여름호 https://webzine.daesan.or.kr/index.html

대학로라는 낯선 행성에서

레무리안2022-06-14

6월 13일, 공적인 일로 대학로에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 간 게 언제였던가, 기억이 망연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낯설어하는 내 자신이 가장 낯설었습니다. 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에 수록된 「그녀의 야윈 뺨」에 기막히게 그려진 대학로가 내가 알던 대학로인데, 이 낯선 시공간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공적인 일이 끝나고 일행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즐겨 찾던 비어 할레Bier Halle가 사라졌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2차,...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

레무리안2022-06-09

묶고 보니 거의가 사랑이야기였다는 건 이번에 새로 깨닫고 놀라게 된 사실이다. 더욱 소름 돋았던 것은 '오래 두고 사귄 가까운 벗' 박상우 작가가 가려 뽑은 여섯 편의 소설이 모두 '가만히 찾아 읽는 작품들'에 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누가 사랑을 알며 누가 사랑을 모를까. 그리고 그걸 안다고 내가 사랑을 할 줄 아는 것이며 그걸 모른다고 사랑이 내 안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소설보다 삶보다 먼저 저 사랑이 궁금하여 몸부림쳤던 기억의 흔적들이 문장 여기저기에 생생하다. YouTube https://www.y...

검색어 : 삶의 의미

레무리안2022-06-09

"자신의 자유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죽는 날도 자신의 자의사와 무관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생명, 운명, 수명에는 명령[命]의 의미가 붙어 있다. 누가 왜 이런 프로그램 명령을 부여하는가, 하는 것이 내 탐사와 탐구의 주안점이 되었다."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Z5QyWbnC2dk

터널

레무리안2022-06-06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아파트 단지 후문 밖에 이런 터널이 생겨납니다. 두 개의 담장이 마주보며 자연스럽게 생성된 터널인데 저 터널을 빠져나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나타납니다. 저는 볼일을 보러 갈 때 거의 차를 안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외출할 때 대부분 저 터널을 걸어나가 버스정류장에 당도합니다. 장미가 피어나 한동안 산뜻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새들이 지저귈 때도 있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현실성이 희박하게 느껴져 꿈속을 거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시공...

스토리코스모스 첫 종이책 출간

레무리안2022-06-04

두 명의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들이 만들어낸 30년 절친 컬래버레이션!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 | 구효서 | 스토리코스모스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스토리코스모스 첫 종이책 출간

레무리안2022-06-04

21세기, 낡고 오래된 가르침을 버려라! 당신에게 주어지는 인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검색어: 삶의 의미 | 박상우 | 스토리코스모스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