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결혼식장에 간 게 사오 년 전의 일인 듯한데
코로나 이전의 일들이라 기억이 아슴푸레하였습니다.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풍조까지 곁들여져
오랜만에 참석한 결혼식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객들은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연극에 동참한 표정으로
인생의 새로운 관문으로 들어서는 신랑신부를 축하했고
친척들은 세상 떠난 분들에 대한 얘기,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집안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가족 생성을 기피하는 시대의 결혼은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인데
결혼과 출산이 예전 시대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결혼식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핵심 키워드가 '희생과 헌신'이었는데
예전 시대 우리 부모님들은 결혼 이후의 희생과 헌신을 당연시한 세대였는데
이제 21세기는 '나'의 소중함이 우선시되어 희생과 헌신을 선택하는 걸
지옥문으로 들어서는 일처럼 끔찍하게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과 신부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보였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희생과 헌신이 값진 인생 가치를 획득하는 경로가 되기를 빌며
'오래, 함께, 멀리' 가는 가족의 탄생을 기원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