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혼자 길을 걷다가
좁은 골목에 아주 작은 LP바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실내,
혼술 하는 남자 손님이 두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도 병맥주 한 병 꺼내 들고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거기 그 자리에 그렇게 망연하게 앉아서
말들이 붕붕거리는 시간,
동작이 어우러지는 시간,
기운이 뒤섞이는 시간이 가라앉는 걸 느끼며
부질없는 모든 것들이 우주의 정화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자각했습니다.
침묵이 필요한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나 봅니다.
다른 날, 다른 시간에 그 자리에 다시 가서
좀 더 오래 혼자 앉아 있어야겠습니다.
우주의 정화조와 연결되는 그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