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익선동에서 김주대 시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모두 일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서로 자신의 책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유월에 출간한 에세이집 『검색어 : 삶의 의미』를 건네고
김주대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 서화집 『포옹』을 제게 주었습니다.
직관적으로 만나야 할 인연을 만난 듯한 느낌을 그 자리에서 받았는데
집으로 돌아와 그의 이야기 서화집을 읽고 그림을 감상하며
아, 이 책은 빨리 읽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직감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근 한 달에 걸쳐 여러 차례 나누어 읽었는데
기이하게도 읽을 때마다 막걸리를 마시게 되는 신기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품 팔아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일이
한갓 글쟁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투영하고 투사시키는 진실의 토양을 지니고 있어
읽는 사람을 매번 동화시키는지라 시인의 술타령에 동조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거의 매편마다 시인은 술을 마시고, 술과 음식을 파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인생의 간난신고에도 인간적인 정과 연민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애잔한 모습을 그려냅니다.
아래와 같은 글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데 어찌 술을 마시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있을까요.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우리는 늘 존재의 근원을 향해 모가지를 길게 빼고 있다.
모가지를 길게 뺀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 눈치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한강 하류에서 낮술을 함께 마실 수 있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낮술에서 시작되었다.
-『포옹』 중 「알뜰한 당신과 낮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