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원래 무의도 섬을 한바퀴 도는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다 시간을 놓쳐 트레킹은 다음으로 미루고
작년부터 별러오던 제 유년의 뜨락을 찾아가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작년에 어떤 출판사의 청탁으로 '꼬마 미야를 찾아서'라는 글을 썼는데
제가 다섯 살 때 만나 여섯 살까지 함께 놀던 여자아이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제 기억 속의 그 공간이 다른 우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현재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고작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그곳이 실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기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비로소 그곳을 찾아갔는데, 제 기억의 보호막처럼
다행스럽게도 현장의 위치와 주변 여건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습니다.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아홉 살 정도까지 살던 두 곳의 장소,
그리고 그곳에 얽힌 기억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되살아나 가슴이 저렸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손을 잡고 입학 등록을 하던 학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군부대로 놀러가기 위해 건너던 개울도 그대로 있었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달랑 집 한 채뿐이던 다섯 살 적 집터에는
놀랍게도 '예루살렘 수도원'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곳을 떠나 초성초등학교 뒤쪽으로 이사를 했을 때에도
학교 뒤쪽 언덕에는 오직 제가 살던 집이 한 채밖에 없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그곳에는 아담하고 정겨운 마을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현재와 중첩된 까마득한 과거의 시공간이 되살아나자
그동안 제가 유지해오던 기억의 세계에 심각한 오류와 왜곡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바로잡히자 마음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안온해졌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기차를 타고 그곳으로 갔을 때에도 몰랐던 사실,
모든 것들이 격리되고 단절되고 차단된 게 아니라 항상 함께,
그곳에 늘 같이 머물고 있었다는 걸 어제 비로소 깨치게 된 것입니다.
기억과 현실의 중첩이 만들어낸 이해와 화해와 통합의 순간들 덕분에
어제는 정말 뜻깊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따뜻한 봄날, 여러분 마음 깊은 곳의 '그곳'을 찾아가 보시길!
『꼬마 미야를 찾아서』
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2947750&memberNo=29566044
2)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2947763&memberNo=29566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