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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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과 8월의 새벽 풍경전

레무리안2023-08-07

Galaxy Note9 촬영 6월 말경 수술을 받고 한 달 정도 경과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새벽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새벽 등산을 하던 예전과 달리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드넓은 공원과 산을 선택해 운동하다보니 한여름의 녹음방초와 버섯, 조류 등속까지 날마다 풍경이 달라져 운동보다 정신건강에 큰 위안이 되고 에너지가 되는 걸 느낍니다. 새벽운동이 끝난 뒤에도 하루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 가을의 작업을 당기지 않고 8월을 비워두기로 했습니다. 명상, 운동, 힐링, 독서, 음악으로 시간을 보내노라면 머잖아 서늘한 가을...

무언의 메시지

레무리안2023-07-27

삼일 전 새벽, 호수공원에서 만난 왜가리입니다. 아직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 별로 없을 때, 커브를 돌며 달리다가 딱, 저 왜가리와 마주쳤습니다. 내가 동작을 멈추고 녀석을 주시했지만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이삼 분 정도 주시하는 동안 녀석의 등뒤에서 아침햇살이 부시게 차올랐습니다. 내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아 그 정지자세 자체가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습니다. 녀석이 뭔가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게 해독되지 않아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타임슬립...

맨발의 천국

레무리안2023-07-22

수술을 받은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 회복을 위한 느린 산책으로부터 빨리 걷기를 거쳐 매일 새벽 호수공원으로 나가 30분은 달리고 30분은 맨발 걷기,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스쿼트와 아령운동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황토 숲길을 30분 정도 맨발로 걷는 게 너무 좋아 저 혼자 그 숲의 이름을 '맨발의 천국'이라고 붙였습니다. 외부에 햇살이 아무리 쨍쨍해도 그 숲속으로는 햇살 한 점 밀려들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완전 정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니 다음주부터는 심학산으로 가 새벽 맨발 등산을 시도할 계획입...

캠핑 양상의 제국화

레무리안2023-07-13

대학시절 등산과 캠핑에 빠져 있을 때 자취방에는 항상 배낭이 꾸려져 있었습니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준비물이 그만큼 단촐했기 때문입니다. 텐트, 버너, 코펠, 바람막이 정도. 세월이 흘러 이제는 캠핑카 시대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캠핑 장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종다양하게 진화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제국을 이루고 있는 형상입니다. 아파트 후문 바로 앞에 <벨누이뜨Belle Nuit>라는 캠핑용품 편집매장이 생겨 산책할 때 몇 번 들렀는데 그 규모에 매번 고개를 갸웃거...

오래, 그리고 멀리 가는 항해의 시작

레무리안2023-07-10

『스토리코스모스 소설선 : 21세기 소설 라이브러리』를 시작하며 2022년 7월과 8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순수 정통문예지 『현대문학』은 한국과학소설가협회 회원 작가 20명의 소설을 두 달에 걸쳐 특집으로 게재했다. 1955년 창간하여 한국 순문학을 대변해 온 잡지로서 놀라운 파격을 보인 셈이다. 그 놀라운 파격이 나에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개벽을 확실하게 알리는 신선한 퍼포먼스로 보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보자면 더 이상 순수문학, 본격문...

내 인생의 기념일

레무리안2023-07-04

2023년 6월 27일은 제 인생의 특별한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그날 새벽 1시경부터 담석 통증이 시작되어 고통 받다가 결국 새벽 5시경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그렇게 담석 통증으로 응급실로 실려간 게 여섯 번, 한번 입원하면 평균 일주일 정도 지나야 회복이 되곤 했습니다. 의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담낭 절제 수술을 권했지만 이상하게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어 버텼는데 이번에는 기이한 흐름이 발생해 병원으로 실려간 바로 그날 드디어 담낭 절제 수술을 받는 대결단을 내렸습니...

가끔, 때때로, 어쩌다

레무리안2023-06-21

가끔, 때때로, 어쩌다 집에서 작업하다 좀 답답한 느낌이 들면 자연스럽게 차를 몰고 바람을 쐬러 가는데 대개 용유도, 임진각 평화누리, 파주 프로방스나 신세계 아울렛 등지로 가게 됩니다. 일산과 파주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가 큰 베이커리 카페가 많은데 얼마 전 우연히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엄청나게 큰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차를 몰고 갔는데 외부의 엄청 넓은 부지에 야외석과 연못이 있고 실내는 공연장을 겸비한 광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높은 천정을 전달하...

다차원 라이브러리

레무리안2023-06-04

보름달이 떠 서재에 불을 끄고 있다보니 베란다 통창에 다차원 풍경이 떴습니다. 장난삼아 휴대폰으로 찍어본 것이지만 저는 이런 접힘과 겹침에서 우주의 가상성을 연상하곤 합니다. 우리가 실재라고 믿는 것들의 홀로그램 내지 시뮬레이션 가능성, 실재이거나 말거나, 믿거나 말거나 그런 것들로부터 지금, 여기의 <나>는 다만 지켜보는 의식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무화됩니다. 나의 인생을 구경하는 관객의 시선, 그것으로 또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지고 지속됩니다.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상태, 이 모든 조화는 나에...

유월의 익선동

레무리안2023-06-04

토요일,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고 쾌청했습니다. 전철역에서 내려 잠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성벽을 끼고 순라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화사한 꽃에 둘러싸인 카페 노천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맑게 증류되는 기분, 아름다운 유월의 풍경입니다.

민트와 나의 여름별장

레무리안2023-05-27

날이 더워지면서 앞뒤 베란다를 열어놓는 시간이 늘고 그러다보니 수목이 무성한 아파트 정원 쪽 베란다를 내다보며 민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작업이 아니고 책을 읽거나 휴식할 때 저곳에 앉아 있으면 이 세상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아늑합니다. 앉아 있노라면 조석으로 모이를 받아먹는 참새 떼까지 날아와 짹짹거리고 포롱거리는 게 조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동화되어 자신을 망각하는 시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민트와 나의 여름별장입니다.

골드스톤 상형문자

레무리안2023-05-23

새벽 등산을 하는 동안 자주 만나게 되는 장면입니다. 정상 바로 아래 거대한 둥근 바위가 있는데 그 위치에 어떻게 저렇게 둥근 바위가 자리잡을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한 기분이 들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위에 올린 사진은 바위의 하단 부분에 아침 햇살이 뒤덮인 장면이고 현재시각은 6시 50분이지만 아침 햇살이 뒤덮이는 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집니다. 잠시 하산을 멈추고 골드스톤 위에 그려진 상형문자를 보노라면 그것을 해독하기 위한 상상력이 제멋대로 부풀어올라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 제가 읽어낸 상형문자의 ...

아름다운 토론

레무리안2023-05-22

https://www.youtube.com/watch?v=eNmzWRwJ-SI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과학자입니다. 토론 상대자인 데니스 노블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종신교수이자 시스템생물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노블 교수의 <생명의 음악The Music of Life>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놓고 벌이는 백발 석학들의 치열하고 내밀하고 정치한 토론이 너무나도 젠틀하고 감동스러워 공유합니다. 인생이 깊고 학문이 깊으니 모든 것이 깊어져...

개방성, 그리고 언밸런스

레무리안2023-05-19

2월 23일 연남동 방문 이후 3개월 가까워지는 시점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산책을 하고 모임장소인 2층 카페로 올라가 활짝 열린 창가자리에 앉아 사람 구경하며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 컷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두 컷만 건져 공유합니다. 아래 유화는 카페 주인님의 작품인데 맥주를 마시는 동안 여러 번 눈길을 사로잡아 찍어왔습니다. 개방성이 매력임에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살아 숨쉬는 언밸런스, 그것이 연남동의 기이한 마력인 듯합니다.

영월 장릉, 15년 전 오늘

레무리안2023-05-18

오늘 아침, 구글 포토에서 사진 여섯 장을 보내왔습니다. 15년 전 오늘 제가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강원도 영월, 단종의 무덤이 있는 장릉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저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에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가 울컥, 부력을 받으며 치솟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시절, 왜 그렇게 단종의 자취를 찾아다녔는지 청룡포에서 찍은 사진도 숱하게 많이 저장돼 있었습니다. 세조와 단종의 슬픈 비극 사이에 저의 정서가 개재될 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현생의 정서에 때마다 자극을 주는 이유에 대해 이제는 알아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 ...

작약의 힘

레무리안2023-05-14

어제 꽃다발을 선물받았는데 드물게도 중심에 커다란 작약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것이 내내 의식의 중심에 꽂혀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절로 의식되었습니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꽃다발을 해체해 꽃병에 꽂아두고 위스키 온더락스를 한잔 만들어 감상하다가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환한 자연광 속에 드러난 작약은 지난밤보다 더욱 선명한 광채를 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작약의 내부에서 이상한 에너지가 발산해 4월과 5월을 버겁게 보내고 있는 저에게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감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