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선정된 한탄강 라인에서
재인폭포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저는 그동안 그곳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재인폭포를 보러 가지 않고 다른 것을 보러 갔다가
운좋게 인근에 재인폭포가 있는 걸 알고
우정 차를 몰아 문제의 폭포를 보러 갔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폭포를 보았지만
재인폭포는 주변 산세와 기막히게 어우러져
이전에 본 적 없는 빼어난 경관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폭포가 만들어내는 과격한 추락과 급격한 낙차,
상위지점과 낙하지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위상차 같은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인생의 폭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추락과 낙하는 짧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고
거기서부터 또다른 흐름이 시작된다는 걸 폭포는 웅변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게 낙차 크게 추락하고도 다시 흘러 계곡물은 강을 만나고 바다를 만나고
이윽고 태양볕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면 상공에서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저 낙차 큰 폭포지점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돌고도는 인생, 순환하는 인생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처음 본 재인폭포에 나름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집으로부터 차로 1시간 10분 거리, 마음 어지럽고 산만해질 때마다 한번씩
재인폭포로 달려가 폭포의 묘미, 추락의 묘미를 되새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