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현암사/2003년 8월 20일/456쪽/18,000원
책소개
<한비자>는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韓非, 기원전 280~?)의 정치 사상서이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펴낸 <한비자>는 중문학자 김원중 교수의 번역으로, 1996년에 홍익출판사에서 펴낸 것을 개정, 증보하여 새롭게 펴냈다. 한비자의 법가 사상의 요체를 담은 주요 부분을 가려 뽑아, 읽기 편한 현대어로 옮긴 점이 특징이다. 주로 원문에 충실한 직역을 했으나, 의미가 불분명한 부분에선 의역을 곁들이기도 했다.
한비는 인간을 '철두철미하게 이기적인 존재'로 보면서, 그들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법'을 제시하였다. 이를 잘 운용하기 위해선 '법'을 다루는 인간을 조종하는 '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법'과 '술'을 발휘하는 배타적이고 유일한 권한을 군주에게 요구하는 등 통치자 위주의 진보적, 현실적 정치 이론을 제시한다.
역자의 말
역자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틀을 인식하면서 이 책을 번역하였다.
"인간의 사사로운 마음보다는 인간이 한 공과(功過)만을 따져라." 공명정대한 법치를 절규한 비운의 천재 한비(韓非)의 말이다.
한비는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공자(公子)였다. 당시 그의 조국은 전국칠웅(戰國七雄)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하여 비애와 굴욕을 처절하게 느껴야 했다. 조국의 위태로움을 바라보다가 군주에게 엄정한 법치를 건의했으나 외면당하여 비분강개한 심정으로 울분을 토로한 책이 바로 <한비자>다.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한 한비는, 골육상잔이 난무하고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군주가 아무런 원칙없이 인의(仁義)라는 도덕 리더십으로 다스리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한비는 그들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법치를 제시했다. 그가 보기에 강제와 구속을 생명으로 하는 법은 강력한 통치수단이었다.
한비는 군주가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방법에 일곱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상과 벌은 옳고 그름에 따라 준다. 둘째, 화와 복은 선과 악에 따라 내린다. 셋째, 죽이고 살리는 것은 법에 따라 내린다. 넷째, 덕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사사로운 애정과 증오에 따르지 않는다. 다섯째,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을 가릴 때는 다른 사람의 비난과 칭찬에 좌우되는 일이 없다. 여섯째, 기준이 있어서 마음대로 헤아리는 일이 없다. 일곱째, 법의 집행에 신뢰가 있어서 사기치는 일이 없다.
물론 법을 빈틈없이 정비했다 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군주 혼자 천하를 다스리긴 불가능하므로 많은 관리를 두어 법을 운용하게 한다. 하지만 군주와 신하의 이익은 상충하기 마련이므로, 신하가 제대로 따라오게 요령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주는 신하에게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지략이나 지혜를 감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하들이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는 것이다. 군주는 신하가 하는 대로 일을 맡겨두고 철저히 성과에 따라 상벌을 단행하는 것이 통치술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실주의에 입각한 한비의 법치를 받아들인 진시황(秦始皇)은 서쪽 변방의 진나라에서 출발하여 동쪽 여섯 나라를 차례로 무너뜨리고 마침내 드넒은 중국을 통일하고 그가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국을 일사불란하게 다스리게 된다. 물론 진시황의 통치 방식에 문제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죽은 진시황이 13억 중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에 비해 한비의 간언을 무시한 한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건양대 김원중 교수
차례
역자서문
법치술의 성전, <한비자>
제1편 말하기의 어려움
제2편 총애하는 신하
제3편 군주가 지켜야 할 도리
제4편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법도가 있다
제5편 두 개의 칼자루
제6편 여덟 가지 간사한 행동
제7편 열 가지 잘못
제8편 홀로 분격해 하다
제9편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어려움
제10편 화씨 이야기
제11편 간사한 계략으로 군주를 시해하는 신하
제12편 나라가 망할 징조
제13편 군주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
제14편 내부를 방비하라
제15편 군주
제16편 사악함을 경계하라
제17편 <노자>를 해석하다
제18편 <노자>를 비유하다
제19편 이야기의 숲 상편
제20편 이야기의 숲 하편
제21편 행동을 살피다
제22편 안정과 혼란
제23편 나라를 보존하는 방법
제24편 인재를 등용하다
제25편 공적과 명성
제26편 내저설(內儲說) 상평
제27편 내저설 하편
제28편 외저설(外儲說) 좌상(左上)편
제29편 외저설 좌하(左下)편
제30편 외저설 우상(右上)편
제31편 외저설 우하(右下)편
제32편 다섯 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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