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인도를 걷다가 문득 허공을 올려다보았을 때
헐벗은 형상으로 춤을 추는 듯한 플라타너스를 보았습니다.
긴 겨울, 가지치기당한 채 죽음 같은 침묵의 시간을 견디고
이윽고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생기가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여느 해와 또다른 한살이를 위해
나이테에 기록되는 또다른 살이의 경험을 위해
높은 곳에서 나무는 은밀한 설렘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우주적인 에너지는 언제나 생명에 기여하고 있음을
한 그루의 겨울나무를 통해 자각하게 되는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