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가는 길목에 <기생>이라는 묘한 식당이 생겼습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일본식 우동집 같지만
그 이외 어떤 음식을 파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술을 파는 기생집은 아니라는 것.ㅎㅎ
여기저기 한지에 써붙인 붓글씨체가 보통 잘 쓰는 정도를 넘어
저는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붓글씨를 눈여겨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3주 전 토요일, 강의실로 가는 길이었는데
제가 딱 <기생> 앞을 지나칠 때 두 명의 중년 여성이 밖으로 나와
잠시 동안 저와 같은 지점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녀들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언제나 이 집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면 보신을 한 기분이 들어."
그러자 동행이 맞아, 맞아, 공감을 표했습니다.
그 다음주 토요일, 저는 <기생>을 찾아가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그 두 명의 여성이 먹고간 음식이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잠시 기억을 더듬던 주인이 탄성을 터뜨리며
"아, 그분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돈코츠우동을 들고 가셨어요."
그날 이후 저는 매주 토요일 <기생>으로 가 하나하나의 메뉴를 시식 중인데
우동과 나베의 진면목을 다시 발견하고 감동하는 중입니다.
식당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동안 주인과 단 한번도 대화하지 않고
단 한번도 얼굴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실내 구조도 매력적입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개성적으로 창출한 아이디어와 붓글씨 솜씨,
우동과 나베를 만들어내는 장인급 솜씨가 모두 일품입니다.
음식이나 식당 이야기 거의 다루지 않는 체질인데
<기생>이 지닌 묘한 매력에 이끌려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언제 기회 닿을 때 <기생>집 한번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