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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옥탑방’이라는 단어 하나로부터 잉태된 것이다. 그 낯선 단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미묘한 충격과 영감을 동시에 받았다. ‘옥탑방’이라는 언어적 자장 안에 내가 반드시 탐사해야 할 문학적 공간성이 내재된 것 같다는 직감 때문에 나는 이 단어를 일 년 반 정도 마음에 품고 부화시켰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그것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되면서부터 옥탑방이라는 말은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두 명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기자들이 옥탑방을 아느냐고 질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두 명의 후보들이 모두 모른다고 대답하는 일까지 있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옥탑방을 모른다고 한 것에 대해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몇 년 뒤인가, 어느 술집의 서빙 청년이 나와 동행한 사람의 말을 얼핏 듣고 다가와 “옥탑방 고양이 아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라며 꾸벅 인사까지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아무려나 옥탑방은 그렇게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이제는 옥탑방이라는 말 대신 펜트하우스와 루프탑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도처에서 목격하게 된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세상은 변하는 것이다.
‘옥탑방’이라는 자궁에서 잉태되어 세상에 태어난 두 명의 남녀주인공들에 대해 나는 지금도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다. 이 젊은 남녀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그토록 간구했건만 지금 세상 도처에는 이 옥탑방 출신들보다 더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옥탑방의 남녀가 사랑마저 뒤로 물리며 서로를 이해하려 한 지점, 거기서 나는 늘 눈두덩이 욱신거리고 가슴이 옥죄는 아픔을 느낀다. 가난의 상징과 다를 바 없으나 진정한 사랑이 깃든 공중정원―내 마음의 옥탑방에는 영원히 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