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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이상한 청탁 메일이 나에게 날아왔다. 전라남도 나주에 대한 에세이를 써 달라는 일방적 청탁이었다. 나주라는 곳에 대한 나의 경험과 정서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채 무조건 장소를 지명하고 써달라는 청탁이라 다소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기막혔던 건 내가 살아오면서 나주라는 곳엘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나주에 가본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청탁한 것인가, 기이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잘못된 청탁이라 판단하고 청탁 사절 메일을 보내려 메일함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가는 무엇이 있었다. 나에게 나주가 지정된 게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직감!
나는 청탁 사절 메일 쓰는 걸 미루고 이틀 동안 그 문제를 의식의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이틀 동안 ‘증강현실 나주’라는 기이한 화두가 나에게 떨어졌다. 결국 나는 청탁을 수락했고, ‘증강현실 나주’라는 화두만 품고 난생처음 나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실제적인 증강현실을 경험하며 이 소설의 영감을 통으로 얻었다. 완성된 소설을 거저 받아들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소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이미 완성된 작품을 채록한 정도라고 할까.
소설을 완성한 새벽,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사로잡혀 한동안 오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그리도 절실하고 절박하고 안타까웠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아픔이 나에게 완전하게 전이돼 오열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완전한 감정이입과 거리두기 사이의 긴장과 스트레스, 그것이 소설을 완성하고 난 뒤에 격하게 터져버린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려나 기이한 경로로 얻게 된 소설이라 소중하고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