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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 누가 뭐래도 사랑을 다룬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소설은 생각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인간관계가 대부분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 때문에 예술의 존재 목적인 ‘낯설게 만들기’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낯설게 만들기가 제대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라면 책 읽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독자라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그것을 읽을 게 틀림없다. 왜냐, 힘겨운 인생살이를 망각하기에 사랑만한 환각제가 따로 없으니까.
이러한 문제로 고심하던 어느 날, 벼락 치듯 사랑의 초월적 포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자 사랑이 너무나도 끔찍스런 공포로 형질을 바꿔 소름이 돋았다. 사랑의 초월적 포즈가 이렇게 소름 돋는 것이라니, 그 예상 밖의 반전이 너무 기막히게 여겨졌다. 통속성과 상투성이 배제된 사랑 즉 초월적 포즈를 취하는 사랑은 더 이상 마취와 환각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사랑일 수 없었다. 두려운 지점이었으나 그것에 대한 소설적 매력은 끝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것을 오래 품고 뒹굴며 형식과 리얼리티를 부화시켰다. 한판 붙어보자는 오기가 작동한 결과였다.
이제 이 소설을 세상에 내놓고 낯설게 만들기의 품평을 받을 시간이 되었다.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을 소진했으나 낯설게 만들기에 대해서는 창작자로서 할 말이 없다. 내 손을 떠난 소설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랑을 낯설게 보여주는 소설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고 싶다. 소설 중의 소설, 소설다운 소설, 그것이 바로 그것이니까.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들으며 사랑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는 달콤 쌉싸름한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