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고간

독서형무소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86&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독서형무소」는 신비스런 에너지에 사로잡혀 쓴 소설이다. 내 평생의 화두인 <인간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열정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이 소설은 갑작스럽게, 거짓말처럼 씌어졌다. 그래서 내가 쓴 소설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는 소설이다. 요컨대 읽을 때마다 낯선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런 소설을 쓰고 싶은데, 그거야 말로 ...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92&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아름다운 열혈남아를 위하여 이재명李在明이라는 이름을 꽤 오래 마음에 품고 있었다. 스물둘에 민족반역자를 처단하기 위해 거사를 일으키고, 스물셋에 교수형에 처해진 아름다운 열혈남아. 내가 그에게 사로잡힌 것은 단지 스물둘, 스물셋이라는 나이 때문이었다. 그 나이가 나를 여러 번 울렸고, 그 나이 때문에 나는 여러 번 절망했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열혈청년이 우리 민족의 참담한...

화성에 대하여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91&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춥고 어둡고 암울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실제로 내 초등학교 동창중에 평생 행불자로 산 인물이 있었다. 기말고사 때마다 나와 일이등을 다투던 친구였다. 그 친구 때문에 나는 초딩 때부터 날밤 지새우는 아행성 인간이 되었다. 그가 군에 입대할 무렵 갑작스럽게 행불자가 된 건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나는 평생 그의 소식에 귀 기울였지만 한두 차례 소문을 들었을 뿐 오늘날까지 그의 실체를 ...

말무리반도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95&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작가로 사는 동안 아주 깊은 슬럼프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래도 저래도 글이 안 써지고 정서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도무지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어떤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연애를 하라고 하고, 어떤 동료작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나는 연애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지 않고 별장을 가진 지인을 만나 술을 마시고 다짜고짜 별장 키를 달라고 했다. 그...

노적가리 판타지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02&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소설은 남이섬 인근의 안반지 마을에서 잉태되고 부화된 소설이다. 겨울철마다 나는 극지방 분위기가 나는 그곳으로 소설을 쓰러 가곤 했다. 얼어붙은 북한강이 내다보이는 민박집에서 한 달이나 두 달 정도씩 머물며 힘겨운 창작의 나날을 보냈다. 저녁 무렵에 밖으로 나가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하고 어둠에 파묻힌 넓은 공터를 산책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이상한 영감이 온몸을 사로잡아...

붉은 달이 뜨는 풍경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94&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것은 바다와 산과 달과 소주와 혼자 있음으로 빚어진 소설이다. 기이하지만 이 소설의 화두가 나에게는 ‘동해안’으로 잡혀 있었다. 동해안을 무수하게 오가며 어른거리던 희미한 이미지에 구체적인 이야기 골조가 생기고 피와 살이 생성되는 데에 적잖은 세월이 흘렀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그냥 만들어지는 소설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에 내재된 필연은 나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내 혈관 속의 창백한 시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10&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섬뜩하고 끔찍한 소설은 오직 하나의 단어를 염두고 두고 쓴 것이다. <멸시>라는 단어. 부모로부터, 형제로부터, 상사로부터, 동료로부터, 연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멸시. 멸시를 견디기 힘들어 사람을 죽였다는 어떤 범죄자의 진술을 듣고난 뒤부터 그 어휘 속에 숨겨진 행동 양태의 무한 가능성을 되새겨보고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멸시라는 것이 능히 사람을 죽일 수도...

인생작법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93&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소설의 구성법은 인생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나는 소설적인 설계를 하고 싶었다. 이 작은 이야기에 우주적인 시스템을 함축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상상력은 오랜 세월 나를 사로잡고 있는데 이것이 그와같은 근원적 의구심에 돌팔매질을 하는 첫 번째 소설이었다. 이렇게 인간은 자의와 타의가 합성된 다차원적인 프로그램에...

융프라우 현상학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85&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융프라우’하고 발음하면 지상에 있는 내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게 느껴진다. ‘융프라우’라는 단어를 처음 발음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신기한 일은 ‘지금 이곳의 나’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융프라우’하고 발음하면 ‘나’라고 믿어지는 무엇인가가 청평호의 일정한 수면 위―떠오르는 공간이 ...

야생동물 이동통로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07&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이 소설은 오대산 월정사로 진입하는 지점에서 진고개로 넘어가는 구간에 있는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보면서 구상한 소설이다. 내가 오대산을 오간 횟수는 어림짐작으로도 헤아리기 어렵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락거렸으니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갈 팔자를 모면하려 무시로 들락거린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진고개를 넘어가는 과정은 오를 때나 내려갈 때나 아슬아슬한 묘미가 있는데 그 길을...

인형의 마을

레무리안2022-01-12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09&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아주 오랜 동안 나는 세 명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근원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남이 장군, 마리 앙투아네트, 이재명 의사가 그들이었다. 남이장군은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하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고, 이재명 의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한 인물이다. 인생을 비참하게 마감했다는 공통점은 그들 인생에 억울함이 많았음을 되짚어보게 한다....

마천야록

레무리안2021-12-20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12&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어느 해 겨울,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술에 만취한 여성 둘이 차도로 내려와 위험하게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것을 본 기사가 욕을 하며 자신의 무용담(그는 택시에서 만취 여성을 성추행하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인간이었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기 흥에 도취했는지 뒷좌석에 앉은 나의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날 그 개자식의 무용담을 듣...

시베리아 리포트

레무리안2021-12-20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17&sort=default&gs=3&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시베리아 리포트는 SBS 창사 5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유라시아 대장정 10만 킬로미터』에 리포터로 참여하며 경험했던 시베리아에 대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전생의 행로를 되짚어간 너무나도 소름 돋는 경험이라고 믿고 있다. 알타이 산에서 하산한 원시인류였던 한 개인은 중국 변방을 떠돌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현재의 터키 즉 아나톨리아 반도에까지 이른다. 이번 생에 나는 그 길을...

사막의 길, 해골의 길, 구도의 길

레무리안2021-12-20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128&sort=default&gs=3&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어린 시절부터 '서역西域'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서역이라는 지명 속에 엄청난 기억과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은 아스라함, 그러니까 그것이 내 존재의 블랙홀이거나 블랙박스 같다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사로잡히곤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윤후명 선생의 『둔황의 사랑』을 읽고 완전히 매료당해 서역에 대한 동경과 흠모의 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갔다....

안반지 일기

레무리안2021-09-06

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79&sort=default&gs=3&qa=&aa=&quantity=&author_type=&page=1 왕성하게 창작하던 시절의 창작일기를 올린다. 그 시절에는 늘 집을 떠나 어딘가로 가서 작업을 하곤 했다. 그 시절의 안반지는 소박하고 평온한 동네였지만 현재 그곳은 주변의 관광지화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도 소설을 쓰기 위해 역마살을 몰고 다니며 절대고독과 싸우는 작가지망생과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창작의 고뇌와 고통은 변치 않는다. 뚫고들어가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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