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torycosmos.com/genre/01_view.php?no=86&sort=default&gs=1&qa=&aa=&quantity=&author_type=&page=1
「독서형무소」는 신비스런 에너지에 사로잡혀 쓴 소설이다. 내 평생의 화두인 <인간은 무엇인가,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열정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이 소설은 갑작스럽게, 거짓말처럼 씌어졌다. 그래서 내가 쓴 소설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는 소설이다. 요컨대 읽을 때마다 낯선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런 소설을 쓰고 싶은데, 그거야 말로 인간의 고뇌와 우주적인 에너지가 합일을 이룰 때나 가능한 일이다. 작가들이 농담삼아 '그분이 오셨다'고 표현하는 순간, 그런 걸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 순간은 항상 오는 게 아니니 '쥐어짜는 소설'을 쓸 때 작가들은 절망하고 자학한다. 아무려나 이것이 내 소설이라는 현실성은 언제나 낯설지만 그런 이유로 이것은 나에게는 매우 소중한 소설 중 하나이다. 두 번 다시 이런 소설을 쓸 가능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