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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뜩하고 끔찍한 소설은 오직 하나의 단어를 염두고 두고 쓴 것이다. <멸시>라는 단어. 부모로부터, 형제로부터, 상사로부터, 동료로부터, 연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멸시. 멸시를 견디기 힘들어 사람을 죽였다는 어떤 범죄자의 진술을 듣고난 뒤부터 그 어휘 속에 숨겨진 행동 양태의 무한 가능성을 되새겨보고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멸시라는 것이 능히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걸 뚜렷하게 자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끝내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멸시, 그것이 자살을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자살보다 더한 것, 다시말해 인생을 포기하는 자포자기적 삶이 바로 자신에 대한 멸시에서 비롯되는 건 아닌지, 아직도 나는 그것을 탐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