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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나의 작가적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세상에 같은 이름의 카페들이 여럿 생겨나고, 나는 유명세를 치르는 작가가 되어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많은 걸 경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밀려드는 원고 청탁으로 꼬박 10년 동안 밤샘 작업을 하게 해 건강을 완전히 망가지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 작품 한 편이 나의 인생 전략을 바꾸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동안 작가적 유명세를 치른 뒤, 그 모든 것이 다 헛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쳤기 때문이다.
작가로 등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소설에서처럼 술을 마시러 종로로 나갔다가 21년 만의 폭설을 만나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 서울 시내 전체의 교통이 마비된 상황이라 신촌에서 한강대교를 건너 상도동까지 새벽 눈길을 걸어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눈길을 걷던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운명적인 다운로드를 받고 있었는데, 집에 당도하자마자 취중임에도 몇십 장의 16절지에다 미친 듯이 뭔가를 휘갈기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8개월 뒤 문예지로부터 소설 청탁을 받고 테이블 서랍에 처박아두었던 그것을 꺼내 읽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걸 누가 써 준 거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쓰고 10년이 지난 뒤에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를 썼다. 두 편이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내적 연결고리가 중요하므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먼저 읽고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를 읽을 것을 권한다. 샤갈의 마을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사탄의 마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그 인간적 변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안의 그들, 그들 안의 우리를 마주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