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작가생활 33년 동안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얻었는지 되돌아볼 때가 많다. 등단하고 출간한 첫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문단과 세간의 호평을 받아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분한 명성에 시달려야 했다. 밀려드는 원고 청탁으로 10년 동안 나는 매일 밤샘 작업을 하고 아침 여섯 시경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렇게 10년을 살고 난 뒤 나는 건강이 치명적으로 나빠져 30분도 테이블에 앉아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구원의 종소리처럼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져왔다. 오전 7시 30분경 권영민 선생이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걸어왔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 이제 됐구나, 이제 도망갈 명분을 얻었구나!
그날 이후 나는 원고 청탁을 받지 않았다. 초기 10년 동안의 혹사와 무절제한 원고 생산을 통해 내가 뼈저리게 절감한 것은 나의 무지와 작가적 인식의 부족이었다. 문청시절의 객기와 호기만으로 평생을 버틸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한 것이었다. 그래서 온갖 핑계로 청탁을 거절하며 망가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과 등산,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지에 대한 나의 공포를 빛의 영역으로 바꾸기 위해 10년 동안 하고 싶은 모든 공부를 하여 작가적 인식을 튼실하게 구축하리라 다짐했다.
몇 차례 대학의 강의 제안을 모두 거절한 나는 2000년 가을부터 커뮤니티 강좌를 개설해 창작강의를 시작했다. 지금껏 22년간 백여 명의 등단자를 배출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공부에 대한 의지와 강의가 맞물린 탓이었다. 그때 만든 '공부-강의-명상-운동'이라는 루틴을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문학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위한 문학’을 해야 한다는 신념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문학사상 2022년 3월호 <작가의 일상>, 「스토리코스모스에 대하여」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