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생일 점심 무렵 교외로 나가 막국수를 먹기로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호로고루'라는 지명을 보게 됐습니다.
지명 자체가 특이해서 검색해보니 연천에 있는 고구려 성터,
집에서 차로 53분 거리라는 길찾기 정보가 떴습니다.
사는 곳으로부터 53분 거리에 고구려 성벽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 겸 역사탐방을 하러 떠났습니다.
실제로 한 시간쯤 뒤에 당도한 호로고루 성벽은
고구려가 쌓은 것이지만 668년 멸망 이후
나당전쟁에서 승리한 신라가 성벽을 보수하여 사용하고
심지어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이 포대를 설치해 사용한 이력도 있었습니다.
시원하게 트인 잔디밭을 배경으로 하늘이 시원스레 열린 전경을 보노라니
인간세상의 한심한 역사가 만화경처럼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대외적으로는 땅따먹기를 위한 전쟁의 역사,
대내적으로는 권모와 술수를 통한 권력 암투의 역사.
그 과정에 음모와 배신과 살륙과 약탈이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 사라진 호로고루 성벽터의 고요 속에서
인간을 힘들게 하는 게 어찌 인간뿐인지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퍼뜩, 한 가지 기이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혹시, 내가, 전생에, 여기서?...ㅋㅋ